«   2024/03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관리 메뉴

FLAGEDITION

Agent 본문

Short

Agent

플라주(FLAGE) 2016. 5. 23. 23:23

  “코드 B506 요원 변백현 응답하라.”
  “……”
  “반복한다. 코드 B506 요원 변백현, 코드 B506 요원 변백현 응답하라.”
  “……”
  “…….”


헤드셋 마이크를 통해 같은 말을 반복하던 남자는 한숨을 쉬고 마른세수를 했다. 한참을 가만히 있다가 마이크 수신자를 변경하고 다시 입을 열었다.

2011년 1월 18일 17시 14분 코드 B506 현장 요원 변백현, 자카르타 비밀 임무 수행 중 실종됐습니다. 다시 한 번 말합니다. 코드 B506 현장 요원 변백현, 자카르타 비밀 임무 수행 중 실종되었습니다. 사망으로 추정됩니다. 현재 시각 2011년 1월 18일 17시 14분입니다.





Agent (w. kamongflage)
Chanyeol X Baekhyun







  “야, 이… 이… 이 미친…”
  “아, 왜.”
  “이… 이… 이 또라이 새끼가!”
  “그러니까 내가 왜 또라이 새끼냐니까?”


정말 모른다는 듯 어깨를 으쓱하는 자태를 후려치고 싶었다. 함께 일하기 시작한 이후로 매일매일 후려치고야 싶었지만, 오늘만큼 정말로 후려치고 싶던 적은 없는 것 같다. 백현은 눈을 덮을랑말랑 하는 앞머리를 쓸어넘기고 한숨을 쉬었다. 뭐라도 해야 단전에서 끓어오르는 이 분노가 사그라 들 것 같았다. 개새끼. 씨발새끼. 개씨발새끼. 


  “……씨발!!”


던졌다. 대체 왜 담배도 안 피우는 제 책상 위에 있는지 모를 재떨이를. 진짜, 정말로, 간발의 차로 피해 유리벽에 박혔다. 말그대로 재떨이가 유리로 된 사무실 벽에 ‘박혔다’. 쩌적 소리가 나며 유리벽이 지금 당장이라도 무너질 것만 같아 식은땀을 흘리며 슬금슬금 찬열은 백현이 앉은 쪽으로 움직였다. 또라이는 내가 아니라 변백 아냐…? 담배도 안 피우는 자식이 저런 대단한 재떨이는 왜 갖고 있는 건데…?


  “미친 새끼야… 나올 거면 곱게 나왔어야지… 다음 작전 날짜 코드를 심어놓고 나왔다고… 뭐라고 이 개새끼야? 다시 한 번 말해봐, 이 씨발새끼야.”
  “워…… 엄연히 내가 말한 게 아니라, 누가 내 장난을 고자질,”


총구가 자신의 이마에 닿았다. 찬열은 입을 합 다물었다. 변백현은 진짜로 쏠 수 있을 것 같았다.


  “입천장 뚫어버리기 전에 제대로 말 해라, 요다 새끼야.”
  “아니… 이게 좀… 작전 수행할 때… 응? 긴박감이 있어야… 좀… 내가 긴장을 하고 좀… 그럴 것 같아서… 다음 작전은 그렇게 어려운 것도 아니고…”
  “…….”


총구는 떨어졌지만 쏘는 게 아니라 머리를 강타 당할 가능성도 없지 않아서 찬열은 긴장을 풀지 않았다. 어째 작전 투입보다 더 긴박감이 넘친다…? 앞은 변백, 뒤는 깨질 것만 같은 유리벽. 진퇴양난도 이런 진퇴양난이 없다. 백현은 총을 소파 위로 던지고는 자신의 키보다 높이 있는 찬열의 이마를 찰싹 때렸다. 그리고 찬열은 아팠다. 나쁜 놈…


  “다음 작전이 안 어려워도 투자자들이랑 가장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는 거 몰라? 우리가 건전한 사조직도 아니고 불법 사조직인데. 심지어 우리 신분도 다 위장이고. 특히 나는 어쩔 건데. 내가 너랑 같이 일하는 거 꼴사납냐? 지금쯤이면 국정원에서 네 장난이고 뭐고 다 알아차렸을 거거든? 국정원이 우습지? 요새 정치권이랑 엮어서 병신 같은 거지, 머리 존나 좋은 새끼들 집합소거든? 너 하나 잡히면 나 포함해서 다 줄줄이 다 잡히거든? 미친놈아. 생각을 하고 살라고. 내가 네 똥 닦아주는 노예냐?”
  “야. 변백현.”
  “자카르타에서 너 믿고 탈출함으로써 내가 대한민국에서 포기한 게 몇 개인 줄이나 아냐? 이렇게 네 멋대로 굴거면 너 혼자 다 해먹어. 난 손 놓고 떠나서 자수할 거니까.”
  “…….”


찬열은 혀를 볼 안에서 굴렸다. 듣자듣자 하니까 나도 좀 빡치는 거지. 쪼그맣고 시골개 같아서 봐줬더니 이게 날 병신으로 아나. 백현의 멱살을 붙잡고 멀쩡한 유리벽으로 몰아부쳤다. 쾅 소리에도 눈 하나 꼼짝 안 하는 태도가 마음에 들어서 얼굴을 가까이 들이댔다.


  “변백현. 말은 바로 해. 네가 나 믿고 스스로 탈출한 게 아니라, 내가 너 구해준 거지. 좆 같이 도움 하나도 안 되는 국정원 개새끼들 때문에 너 총살 직전인 거 구해준 게 나 아냐? 넌 어차피 나 외에는 선택권도 없었어. 네 말대로 국정원 새끼들 머리 좋지. 좋아. 그래서 내 암호 코드 쯤이야 껌이지. 식은 죽 먹기보다 쉬울 걸? 내가 애초에 어려운 코드 준 것도 아니고 말이야. 그런데 그거 알아? 그 새끼들 머리만 좋아. 현장은 하-나도 몰라. 그래서 너도 죽을 뻔한 거고. 마이크로 코드 B506 요원 변백현만 머저리처럼 반복할 뿐이지. 잊지 마. 국정원에서 알아주는 현장요원이었던 너보다 내가 현장에서 많이 놀아봤고 그래서 그 상황에서 너 탈출 가능하게 한 거야.”
  “…….”
  “다음 작전 때 빌빌거리지나 마. 두고오는 수가 있다.”


예상했지만 역시나 쫀 구석이 없다. 찬열은 씩 웃으며 자신의 뒤를 가리켰다. 저 유리 좀 어떻게 해봐. 존나 무섭거든?


  “덩치는 산만한 게 저게 뭐가 무섭냐.”
  “유리에 긁히는 게 얼마나 쓰라린 지 아냐?”
  “미친놈.”
  “지는. 저 재떨이는 어디서 났냐? 능력도 좋아.”


찬열은 백현의 입술을 빨고 멱살에서 손을 떼어냈다. 남자치고 예쁜 손이 입술을 때렸다. 아까 이마 맞은 것보단 안 아팠다.


  “저거 네가 사온 거야, 병신아. 나 담배 안 피우는 거 모르냐?”
  “…아. 그래?”


백현이 의자에 앉아 인터폰을 들자 찬열은 책상에 걸터앉았다. 사무실 수리를 해야 할 것 같다는 말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 해야 할 말이 아직 남아있었다.


  “왜 안 가?”
  “백현아.”
  “뭐.”
  “다음에 현장 같이 나갔다오면.”
  “어.”
  “섹스하자.”
  “…….”
  “야아… 우리 안한 지 오래 됐어!!”
  “지랄.”


백현은 빨리 나가라고 손을 휘휘 내저었다. 대답할 가치가 없었다. 아침에도 해놓고서는 오래 됐다니. 박찬열은 또라이가 틀림없다.



***





사진 세 개가 스크린에 나란히 띄워졌다. 낡은 CCTV를 확대한 것이라 흑백이고 화질이 좋지 못했지만, 얼굴을 보기엔 무리가 없는 것들이었다. 스크린 옆에 서있는 남자는 손에 쥐고 있던 종이를 내려놓았다.


  “한국 이름은 박찬열이고 나이는 30세로 추정됩니다. 불법 지하 조직 X의 주요 인물이며 2010년부터 현재까지 주로 현장에서 비밀 임무 수행을 맡고 있습니다. 무술에 능통하고, 그의 주된 임무는 정보 교란, 암살입니다. 2015년 11월 27일 6시경에 James Park이라는 이름을 사용해 스위스에서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했습니다. 얼마 전, 정확히는 2015년 12월 15일 20시경에 국정원 코드 교란 사태의 용의자입니다. 코드 교란의 목적은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만, 그가 남기고 간 암호 코드 내용은 해석 결과 ‘2016년 1월 23일’입니다.”
  “시간 외에는 어떤 것도 없었습니까?”
  “네. 날짜만 나왔지, 시간도 나와 있지 않았습니다.”
  “암호 코드가 어려워서 못 알아낸 가능성은 없습니까?”
  “…매우 간단한 암호였습니다. 일부러 알아내라고 남기고 간 것처럼 말이죠.”


발표하는 남자의 곁에 앉아있던 여자가 패드에 나타나는 알림을 슬쩍 보고는 창을 띄워 남자에게 건넸다. 부산역 CCTV 화면이었다. 남자는 질문이 더 나오기 전에 사진을 화면에 띄웠다.


  “입국 날과 동일한 날짜에 부산역 CCTV에서 박찬열을 발견했습니다. 인천국제공항 CCTV, 부산역 CCTV를 모두 분석해 봤을 때 일행은 한 명인 것 같습니다. 코드 교란 이후 출국 흔적도 없는 것으로 보아 소재는 부산이고 목적은 서울인 것 같습니다. 동행인의 신원은 아직 밝히지 못했습니다.”
  “잠깐만. 옆에 마스크 낀 사람이 동행인입니까?”
  “네. 찍힌 화면들에서 신체 특징이 유사할 뿐더러 두 곳에서 모두 박찬열과 연달아 찍혀 그렇게 추정 중입니다.”
  “……저랑 잠시 위치 바꾸시죠.”


내내 앉아 있어 저릿한 무릎을 몇 번 털고는 넥타이를 풀어 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뒷통수가 얼얼해 답답했다. 남자는 자신의 휴대폰을 연결시키고 프로필이 나열된 화면을 휙휙 넘기다가 멈췄다.


  “박찬열의 일행으로 보이는 사진 속 남자의 추정 신원입니다. 코드 B506 변백현으로, 5년 전 자카르타 비밀 임무 수행 중에 실종 및 사망으로 처리된 현장 요원입니다. 제 팀에 속했던 요원이라 확신할 수 있습니다. 아까 저희가 받은 입국 리스트를 보면 David Byun이 있습니다. 그 신분이 변백현의 위장 신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아까 부산역 CCTV 화면을 보면 둘이 향하는 출구가 각각 다릅니다. 공항에서도 입국 시간이 차이가 났습니다. 아무래도 부산 특정 장소에서 접선을 한 게 아닐까 싶습니다. 그 장소가 박찬열이 주도하고 있는 불법 사조직 X 내의 한 팀의 본거지가 아닐까 싶고요.”


사람들은 모두 입을 열지 않았다. 과거 국정원 현장 요원이 비밀 임무 수행 중에 불법 조직에 가담하게 됐다는 건 수치스러운 일이었다. 게다가 그를 맡고 있던 상사가 이 자리에 있기까지 하니, 더욱 입을 열기가 어려운 것이다. 변백현이 애초에 X의 조직원이었는지, 중간에 매수된 건지, 매수된 거라면 국정원 내 문서의 대해 어디까지 발설했으며 서버 어디까지 침투했는지 알 도리가 없었다.


  “현재로서는 박찬열의 암호의 곧이곧대로 믿는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1월 23일이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그날은 G20, 총궐기가 동시에 열리니 어디를 공격하든 피해가 큽니다. 인력을 반으로 나눠야 할 것 같은데요.”
여자의 단호함에 가운데에 있던 남자는 한숨을 쉬고는 팀을 둘로 짜라고 말한 후에 일어섰다. 박찬열과 변백현을 잡든 못 잡든 본인에 대한 징계는 있을 터였다. 벌써부터 짜증이 나서 괜히 엘리베이터 문을 한 번 찼다.



***





찬열은 고개를 좌우로 꺾으면서 백현을 향해 엄지를 세웠다. 현장 임무용 옷─고무 소재로 몸에 달라붙는 옷이다. 오늘은 이 위에 정장을 입었다.─을 입은 모습은 오랜만이라 그런지 코피가 나올 것 같다.


  “백현아, 오늘 완전 섹시한데?”
  “나 원래 섹시해.”
  “…아무렴.”


예상치 못한 단호함에 멋쩍어져서 귀 뒤를 긁었다. 사실 무전기 때문에 간지러운 것도 있었다. 오늘의 임무 특성상 어쩔 수 없이 실처럼 얇은 스트링을 선택하긴 했지만, 이건 너무 가려워서 문제였다. 무선은 성능이 떨어져서 선택지에서 애초에 제외시켰었다. 찬열은 복장을 다시 한 번 점검했다.


  “오세훈. 오늘 실수하면 죽는다, 진짜.”
  -저 실수한 적 없는데요?
  “야. 진담이야.”
  -라져댓.


백현은 찬열을 힐끔 보고는 앞머리를 털었다. 세훈은 장난기야 많지만 실수한 적 없는 애가 맞다. 괜히 박찬열이 겁 주는 거였다.


  “네가 전방, 내가 후방. 맞지?”
  “내 뒤를 잘 부탁한다, 변백.”
  “앞이나 신경 써. 침대에서 나한테 뒤 뚫리기 전에.”
  “…야. 덩치로 보나, 스킬로 보나 내가 너한테,”
  “뒷통수 뚫릴래?”
  “Nope."
  "차 키나 챙겨.“
  “Yes, sir."


백현의 어깨에 팔을 걸치고 휘파람을 불며 호텔방을 나섰다. 이 좁은 땅덩어리의 나라도 오늘만 버티면 안녕이라는 생각에 즐거웠다.



***





정장을 입은 수많은 무리에 찬열과 백현은 무리 없이 섞여들었다. 이 다음이 문제지, 이쯤이야 일도 아니었다. 찬열은 백현만 들릴 정도로 작게 아일랜드어를 중얼거렸다. 새삼 찬열의 과거 소속이 허구가 아님을 느꼈다. 순간 알아듣지 못하는 언어가 멈추자 백현은 찬열을 올려다보고는 시선을 따라갔다. 타겟이었다. 찬열은 백현을 벽 쪽으로 밀어내고 앞서 걸었다. 

타겟과 거리가 가까워지자 발목을 스스로 꺾었다. 버티는 것쯤이야 쉽지만 찬열은 일부러 쓰러지며 실침을 타겟의 뒷목에 찔러넣었다. 따끔거릴 뿐 눈치채기 어려울 것이다. 당황한 척을 하며 연신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했다. 경호원들만 제지할 뿐 타겟은 괜찮다는 말을 반복했다. 뒷통수를 몇 번 더듬는 모습에 백현은 침을 삼켰다. 침이 더 빨리 녹도록 만들길 잘했단 생각을 했다. 조금만 늦었어도 손에 걸렸을 거다. 백현은 찬열 쪽으로 뛰어가 그를 부축하는 연기를 했다. 절뚝거리는 찬열을 이끌고 화장실로 향했다. 안에 아무도 없음을 확인하고 찬열은 꺾었던 발목을 툭툭 몇 번 털었다.


  “아오. 이 짓도 이제 못하겠다. 몸이 작년 같지 않은데?”
  “뛸 수 있겠어?”
  “어. 문제는 없는데, 완전 회복은 좀 느릴 것 같네.”
  “이제 나가면 끝이지?”
  “아니. 국정원 요원 하나 처리해야 할 것 같은데.”
  “뭐?”
  “우리 보고 급하게 무전치던 놈 하나 봤어. 너 먼저 나가면서 회선 교란 명령내려. 걔 하나 처리하고 나갈게. 나 보이면 회선 다 터뜨리고.”


백현은 고개를 끄덕이고 옆구리를 툭 쳤다. 발목 부러지지나 마라. 너 서른이라 훅 간다. 찬열은 되도 않는 아픈 척을 하며 백현의 정수리에 뺨을 부볐다. 나 아프면 네가 간호해야 해, 알았지? 지랄. 자신보다 큰 몸을 밀어내고 백현은 화장실 문을 열며 무전을 쳤다. 회선 찾았지? 얽어줘. 박찬열이랑 나한테 들리게.


  -방금 얽었으니까 다음 무전부터 들릴 거예요.


찬열은 백현과 반대 방향으로 몸을 틀었다.


  -긴급 상황. 다시 한 번 말합니다. 긴급 상황. 지금 현재 G20 회의장에서 박찬열로 추정되는 인물 발견했습니다. 곧 전송될 사진에 있는 사람 발견할 시 현장에서 즉시 사살해 주시기 바랍니다.
  “지금 무전친 애 위치 어디야.”
  -4층 비상 계단인데 카메라에 안 잡히는 거 보니 천장 위인 것 같아요. 공간을 미리 뚫었나 본데요.
  “오케이. 그쪽 카메라는 끊어놓지 마. 기록 놔둬.”
  -라져대앳.


마침 자신은 3층 계단 앞이었다. 숨죽이고 기다리는지 계단은 조용하기만 했다. 아니면 방음을 해놨다거나?


  -지원, 지원 요청합니다. 현재 현장에 본인 제외 모든 요원 응답 없습니다. 투입된 4팀 무전이 방금 전 끊겼습니다. 지원 요청 바랍니다. 지금 본인의 위치는 4층 비산 계단 천장 위에,
  -내가 도와줄게.
  “으악!!”


다급하게 지원을 요청하던 남자는 이마에 닿는 쇠의 느낌에 몸이 덜덜 떨렸다. 현장 임무를 뛸 때마다 죽을 수 있다는 가정을 하지만, 연락 닿는 팀원도 없이 구석에 이렇게 내몰린 적은 없었어서 두려웠다. 찬열은 남자의 아래턱을 붙잡아 입을 벌리게 한 뒤 총구를 입에 박았다. 어느 영화 속 사이코패스 마냥 웃으며 얼굴을 들이댔다. 아, 이런 역할 별론데.


  “너희 결국 내가 UDA(Ulster Defence Association: 북아일랜드의 독립을 방해하기 위한 불법 군사 조직)였던 건 못 알아냈더라. 형식적인 국가 원수들 모아놓은 자리에 X 주요원이 잠입할 이유가 뭐가 있겠어? X는 주로 정보 빼내오고 넘기고 그런 짓 밖에 안 해, 바보들아. 우리 후원자님의 마지막 부탁이 지금 아일랜드 원수 님 죽이는 거였거든. 그래야 돈이 들어와요, 돈이. 자카르타 갔던 것도 그 아저씨 죽이러 간 건데 실패했어. 동료 좀 만드느라. 아마 너네쪽 사람 아닌가? 변 씨라고 있는데. 너네가 좆도 능력 없어서 사람 죽일 뻔한 거는 알지? 그거 내가 구했다? 임무 실패해서 존나 쳐맞긴 했는데. 뭐. 그쯤이야.”


남자는 무전을 꺼놓지 않길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무전 꺼놓지 그랬어. 어차피 아무도 못 들었을 텐데. 네 무전은 녹음 회선도 우리가 끊었거든.”
  -오호랏. 들리시나요~


씨발. 남자는 장전된 총구에 입 밖으로 욕을 내뱉을 수도 없었다. 


  “나는 극적으로, 재미를 추구하려고 적군 살려두고 이런 것도 없다? 그런데 내가 좀 비글이라 나불대는 건 있어. 그래서 알려주는 거야. 잘 들었지?”
  “…….”
  “잘 가, 빠가 새끼야.”


총의 반동과 함께 남자가 널부러지고 찬열은 손을 털었다. 무전이 차단된지 꽤 됐으니 지들끼리 엄청 돌아다니고 있을 터였다. 천장에서 내려오고 찬열은 CCTV 렌즈를 정면으로 쳐다봤다.


  “야. 안 끊었지?”
  -누구 명령인데 끊었겠어요.
  “오글거려도 참아라.”
  -새삼.


양손으로 카메라를 가리키고 입 모양과 함께 총 쏘는 모습을 해보였다. 백현이가 알면 또 난리치겠지만, 카메라병은 쉽게 죽지가 않는 걸 어떡하겠어.


  -끝?
  “끝.”
  -카운트다운 30부터 곧 시작합니다. 얼른 나오세요. 아일랜드 아저씨 있는 곳부터 터져요. 계단으로 쭉 내려오면 우리가 뚫어놓은 개구멍 있어요. 폼 안 나겠지만 그게 빠릅니다. 준비됐죠?
  “엉.”
  -시작. 30!


구두 소리가 울리든 말든 신경 안 쓰며 빠르게 내려갔다. 사실 급함보다는 벌써부터 지랄지랄하는 백현이 상상돼 흥분됐다. 유리벽 사무실은 부산 밖에 없었으니 이제 겁 먹을 필요도 없었다. 재떨이도 다 치워두라고 메일 넣었고. 어느 때보다 기분 좋았다. 이제 남은 할 일은 섹스 뿐이었다.





-
공항과 부산역에서의 모습







마지막 CCTV 장면

'Short'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난시는 괴로워 - 조각  (0) 2016.05.23
Chef × Doctor  (0) 2016.05.23
[찬백] 건강관리 매니저 찬열 × 유도팀 코치 백현  (0) 2016.05.23
타지에서의 연애 (서울 편)  (0) 2016.05.23
햅삐니쓰 (4차 찬백 전력)  (0) 2016.05.23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