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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주(FLAGE) 2016. 5. 24. 12:41

「다음 소식입니다. CS전자가 세계 기업 순위 7위에 올라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박유라 기자가 CS전자 사장 김종인 씨에 대한 특별 취재를 준비했습니다.」
「CS전자는 대한민국에서 3대 기업 중 하나라고 불리고 있습니다. 이번 세계 기업 순위에서 청렴 부문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우리나라에서는 이례적인 높은 순위에 올랐습니다. 사장 김종인 씨는 홈스쿨링을 통해 15세에 고등학교 과정을 마치고 2년 간 아버지인 CS전자 전(前)회장 고(故) 김종수 씨 아래에서 경영을 배웠다고 합니다. 그 이후 고 김종수 씨와 함께 다니며 사회에 발을 딛고, 19세에 교통사고로 양친을 잃어 유언장에 따라 CS전자를 물려받았습니다. 전회장과 현(現)사장의 비서 박찬열 씨에 따르면, 김종인 씨는 회장이란 직책은 사원들에게 거리감을 안겨준다며 그 직책을 없애고 비어 있던 사장 자리에 앉았다고 합니다. 20세라는 어린 나이에 많은 반대를 무릅쓰고 투명 경영을 목표로 삼아 실천한 것이 CS전자를 7위에 오르게 한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말하고 있습니다. 이상 XBS 박유라 기자였습니다.」



@




종인은 다이아몬드가 박힌 만년필로 책상을 두드리다가 문 쪽을 바라보았다. 안 되겠어. 살짝 벌어져 있던 입술을 꾹 다물고 이내 인터폰을 들었다.


  "찬열이 형, 잠깐만 들어와 봐요."
  -네.


곧 네이비 정장을 빼입은 찬열이 사장실 문을 열고 들어왔고, 종인은 앉은 채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일 가져다,"
  "치킨 좀 사다줘."
  "또요? 아침에 드셨잖아요!"
  "저녁도 치킨 먹을 건데?"


찬열은 입을 떡 벌렸다. 자주 보아왔어도 매번 도저히 적응이 되지 않는 식성이다. 이젠 창피해서 회사로 배달을 시키지도 못하고, 직접 사러 가야만 했다. 그건 물론 찬열 자신의 몫이었고, 사장 비서 이미지를 위해 매번 007 작전 마냥 다녀와야 했다. 찬열은 머리를 헝클였다.


  "딴 거 드세요! 저 일이 얼마나 많은데요!"
  "쉽고 빨리 정확하게 하는 법 알려줬잖아."
  "…그건 천재인 사장님만 가능하실 걸요."
  "나 천재 아냐."


뉘예뉘예~ 그래, 내가 죽어야지… 찬열은 한숨을 쉬고 사장실을 나섰다. 대한민국 닭은 다 죽어야 한다고 중얼거렸다가 다이아몬드 박힌 만년필로 이마를 정통으로 맞은 후에 말이다.

30분 후.

찬열은 이마를 문지르며 사장실 문을 벌컥 열었다. 노크따위 하지 않아도 혼내지 않으니 상관 없었다. 그리고 자신이 겪은 창피함을 종인에게 따질 생각이라 노크를 하고 싶지도 않았다. 치킨집 사장이 '치킨… 좋아하시나 봐? 들어보니까 사장실 비서라며? 허허. 사장이 치킨 냄새 난다고 화내겠네. 그만 먹어. 나야 매출 오르고 좋지만, 잘리면 안 되지 않나? 허허.'라고 했다. 졸지에 자신은 치킨 덕후가 된 것이다.


  "김 사장니임!"


돌아오는 건 침묵 뿐. 찬열은 사무실 내 침대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종인은 이불을 덮고 세상 모르게 자고 있었다. 이것도 흔한 풍경 중 하나라 찬열은 더욱 속이 끓었다. 1년 넘게 이 패턴의 반복이다. 종인은 먹고 자고 놀고 칼퇴하고(일은 신기하게 끝내놓긴 한다. 무려 30분 안에.), 자신은 사오고 일하고 놀아주고 야근하고.


  "아놔…"


힘 없는 일개 비서 찬열은 치킨을 보란듯이 침대 밑에 숨기고 일하러 나갔다.



@




  "형."


웬일로 문 밖으로 나온 종인에 찬열은 갑자기 불안해졌다.


  "…오늘은 또 왜 부르세요. 치킨 안 사올 거예요."
  "같이 FIFA 하자."
  "……."


아, 신이시여.


  "제 책상에 쌓인 서류 안 보이세요?"
  "형이 이기면 내가 대신 해줄게."
  "콜."


종인은 자신이 이길 거라고 자신했다. 편하게 이기고 잠이나 자야지. 종인은 TV 맞은 편 소파에 앉아 게임기를 쥐었다. 찬열 역시 손에 게임기를 쥐었지만 종인과 달리 열의가 넘쳤다. 오늘은, 반드시, 칼퇴를 하리.

26분 후.

오, 오, 오앗?!


  "이겼다!!!"
  "……."
  "꼼짝하지 마세요. 서류 갖다 드릴게요~"


종인의 표정은 썩어있었다.



@




찬열은 후회하고 있었다. 회사에서 종인에게 넘어가 게임한 것을? 아니. 게임에서 이긴 것을 후회하는 중이었다. 찬열의 잘못이 있다면, 그건 바로 순진했다는 것이다.

게임에서 이기고, 찬열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쌓여있던 서류의 90%를 챙겨 종인에게 가져다주었다. 그리고 양심상 남겨둔 10%의 서류를 살펴보기 위해 나가려는데, 종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빨리 처리하는 거 다시 알려줄테니까 남은 거 가져와서 내 옆에서 해요, 형.' 감동 받은 찬열은 빛의 속도로 서류를 들고와 소파에 앉아있는 종인 옆에 앉았다. 도와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을 하려는 찰나, 서류 한 장을 마친 종인이 운을 뗐다.


  "형이 왜 이겨?"
  "…예?"


내가 잘못 들었나? 종인은 다시 서류를 검토하고 있었다. 찬열이 다시 서류에 집중하려 할 때쯤 또 한 장을 마친 종인이 찬열의 어깨를 잡고 진지하게 말했다.


  "형이 왜 이겨?"
  "아, 저기 그,"


종인은 대답을 듣지 않고 다른 서류를 살폈다. 나더러 어쩌라고…… 찬열이 답답함에 가슴을 치는데 어느새 또 서류를 다 본 CS전자의 사장이 뚱하니 입을 열었다. '형이 왜 이겨?' 소름 돋게 이 질문(이라 쓰고 고문이라 읽는다)은 서류 31장이 각각 정리됐을 때마다 계속되었다. 그말은 즉, 찬열은 저 질문을 31번 들었고 변명을 할 기회를 31번 무시당했다는 의미이다. 아아악!!! 속으로만 비명을 지르며 찬열은 남은 서류를 몽땅 빼앗아 사장실 밖으로 나갔다. 그 짧은 시간 안에 노이로제 걸리게 하는 것도 능력이다, 진짜… 천재는 천재인 동시에 또라이라더니. 찬열은 팔을 문질렀다.


  "소오름."



@




  "형이 왜 이겨?"
  "스증님… 회의 곧 시즉흠니드…"


  "사장님, 오늘 12시에 바이어와의 점심 식사가 잡혀 있습니다."
  "네. 그런데 형이 왜 이기죠?"


  "점심 안 드세요?"
  "형이 왜 이겨?"


  "사장,"
  "형이 왜 이겨?"


  "회의 가실,"
  "형이 왜 이겨?"



@




  "이 씨이바알!!! 김종이인!!! 네가 이기던가!!!"


탁 트인 회사 옥상 정원에 찬열의 고함만이 울리고 있었다. 자신이 말을 걸기만 하면 되돌아오는 '형이 왜 이겨?' 직책만 아니었어도 종인은 이미 자신에게 얻어맞았을 거라고 중얼거렸다.

CS전자 새 사장이 너무 공개된 게 없어 의심스럽다는 일각의 의견을 잠재우기 위해 자신은 기자인 누나까지 동원했는데 돌아오는 건 겨우 '형이 왜 이겨?' 아오!! 찬열은 옥상 정원의 잡초를 미친듯이 뽑아 던져버리기 시작했다.


  "어떻게 김종수 회장님에게서! 저런! 싸가지가!!"


비참하게 뽑혀 던져진 잡초들은 이제 무찹히 짓밟히고 있었다.


  "내가 그동안! 버틴 게 용해!! 앞! 으로도! 버티고 만다!!"


더이상 밟을 잡초가 없자 찬열은 숨을 크게 쉬며 마음을 가라앉혔다.

대학을 조기 졸업하고 바로 비서를 맡았을 때부터 종인을 쭉 봐왔으니 햇수로 무려 4년이다. 종인의 그 질문은 악의가 없다는 것은 알고 있다. 삐침의 애 같은 표현일 뿐. 그래… 더러운 사장보다는야 애 같고 치킨 덕후이고 회사에서 자지만 청렴한 사장이 낫지. 암, 그렇고 말고. 찬열은 허리에 손을 짚고 고개를 세차게 끄덕였다.

종인이가 자다 일어나면 팅팅 부은 게 귀여워서 곰인이라는,


  "어, 문자네."
  [형. 밖에 나갔더라. 간장 치킨 좀.]
  "……."


…병자년 방죽을 부리고 자빠졌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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