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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nsor(스폰서) 02

플라주(FLAGE) 2016. 5. 24. 12:42

경수는 자신의 매니저 승환 옆에 앉아 눈만 데룩데룩 굴렸다. 사장실은 오디션 붙었을 때, 솔로 데뷔로 계약할 때, 예명 받을 때, 총 세 번 밖에 안 와봤던 곳이라 낯설기만 했다. 나 설마 데뷔 무산되나? 수록곡도 녹음 끝냈는데……. 경수는 승환을 불안하게 쳐다봤고, 승환은 애써 웃으며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다 괜찮을 거야.' 경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3분이 더 흐른 후에야 사장실 문이 열렸다.


  "미안해, 둘 다. 의견 조율 좀 하느라 늦었네."
  "괜찮습니다."
  "그래. 디오는 이제 자켓 촬영만 하면 되는 건가?"


경수는 약간 떨리는 목소리로 그렇다고 대답했다. 데뷔 무산은 아닌 것 같고, 응원 차 부르신 건가? 경수의 큰 눈이 머리보다 빠르게 굴렀다.


  "디오 너도 알다시피 백현이는 부모님이 가요계 종사자이셔서 데뷔 때도 관심 덩어리였어. 지금도 소속사는 스케줄하고 앨범, 이미지 관리만 해주는 되는 입장이고. 우리가 음원 깡패라고 주목 받고 있긴 하지만 솔직히 백현이가 있는 입장에서 너는 좀 불안해. 둘이 보이스 톤도 겹치고. 그래서 내가 모험을 하나 만들었어."
  "모험이요? 설마 저 아이돌 시키시게요?"
  "…네 키하고 어깨 안 보이냐."
  "……."


진지하고 심각한 상황인데 승환은 웃음이 나올 뻔 했다. 크흠- 목을 가다듬고 경수의 배우 같은 얼굴을 예찬하려는데 사장님의 눈빛이 보였다. '닥쳐라.'

……그래, 경수가 어깨와 키가 좀 모자라긴 해. 승환은 슬며시 그 눈빛을 피했다.


  "CS전자에 스폰서 제안을 넣었어."
  "…네?!"
  "CS전자, 사장한테, 경수 너, 디오에 대한, 스폰서 제안을 넣었다고."
  "사장님 미치셨어요?! 거기 깨끗하다고 소문 쫙 난 건 저도 아는데요?!"



@





  "거절하세요."
  "싫습니다."
  "지금까지 해온 적도 없고, 앞으로도 할 일 없습니다."
  "무조건 수락할 겁니다."
  "반항하세요?"


보통 스폰서 제의가 들어오면 비서는 말리고 사장이 하겠다고 하지 않나? 왜 우리는 반대인건데? 종인은 미간을 찌푸렸다. 아버지도 그렇고 자신도 그렇고 스폰서라든가 접대라든가 그런 것들은 질색이었다. 단 한 번도 여자에게 커피를 타달라고 한 적도 없었다. 사업에서 커피를 타오게 하는 건 접대 비슷한 의미라 찬열에게도 시킨 적이 없었다. 커피만큼은 종인 자신의 손으로 해결하였다. 이것들을 다 알면서 자신에게 가수 스폰서를 하라니?


  "절대 안 해."
  "…흠. 알겠습니다, 그러면."
  "나가, 형. 낮잠 잘 시간이야."
  "…살이나 쪄라."


'뭐?', '아무 말도 안 했는데요.' 찬열은 별 소득 없이 사장실을 나왔다. 하지만 이 스폰서 제의를 성사시키고 말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자신은 물론 종인의 아버지와 종인의 신념을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계속 이대로 가다간 자신은 야근 기계가 될 것만 같았다. 정시 퇴근을 언제 했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상사가 솔로라고 나도 솔로여야 해? 나도 연애 좀 하자… 나 곧 서른이라고! 찬열은 수화기에 손을 올리고 중얼거렸다.


  "이게 바로 일석사조지. 일단, 가수는 뜨고 그 뜬 가수를 모델로 쓸 수도 있고. 또, 종인이도 놀아줄 사람 생기는 거고 난 더이상 종인이 안 챙겨도 되고. 그래, 모두에게 좋은 거라니까?"
  -네. 엑스오 컴퍼니입니다.
  "CS전자 박찬열 비서입니다. 사장님 연결해 주세요."
  -지금 바로 연결해 드리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엑스오 컴퍼니 사장 김준면입니다.
  "서포트 제의하신 가수 분 프로필 잘 봤습니다. 사장님은 반대하시지만 제 임의로 제안 받아드리겠습니다. 제가 스폰서가 되겠단 의미는 아닙니다. 디오 씨는 저희 사장님의 보, 아니, 말벗정도만 해주시면 됩니다. 뉴스 보셨다면 아시겠지만 사장님께서 어쩔 수 없는 환경으로 인간 관계가 협소하셔서요. "


실수로 보모라고 할 뻔 했다. 찬열은 굳게 닫힌 사장실 문을 흘끗 보고 한 줄기의 땀을 훔쳤다. 나 너 무서워하냐…?


  "그러니 회사 내에 소문이 이상하게 나지 않도록 주의해 주세요. 소문이 이상하게 난다면 저희 쪽에서 법적 조치를 취할 겁니다. 디오 씨가 이미지 관리만 잘하신다면 CS전자 쪽 제품 모델로도 세울 의향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건은 모두 구두 계약임을 알려드립니다. 녹음 파일은 제 쪽에 있으니 걱정 마시고요."
  -잘 알겠습니다. 메일에 남긴 제 개인 연락처로 괜찮으신 시간 알려주시면 그때 디오와 함께 뵙도록 하겠습니다.
  "네. 연락드리겠습니다."


갑의 입장인 찬열과 달리 을의 입장에서 전화를 받은 준면은 생각했다. 잘못 걸린 건 아니겠지… 비서가 포스가 장난 아닌데? 그 비서는 불안감에 다리를 달달 떨며 종인의 스케줄을 조정하고 있었다.



@





  "오호랏."


정말, 정말, 진짜로 우연히 사장실에 두 번(저번에 그리고 이번에) 갔다가 절친 경수의 스폰서 소식을 접한 백현은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직접 부딪혀야 한다는 신조의 사장님이 경수에게 미리 뭘 알려주진 않을 것 같으니까 자신은 아무것도 모르는 경수를 놀리기만 하면 된다. 경수를 놀리고 기술 당하는 건 뭔가 재미있었다. 백현은 네모난 웃음과 함께 경수의 보컬실로 달려갔다.

모태 솔로 도디오는 역시 연습 중이었다. 백현은 사악하게 웃으며 문을 벌컥 열었다.


  "도오~ 디오야!"
  "너 오늘 여기 써? 오늘은 나만 쓴다던데."
  "안 써. 네게 소식을 알려주려고 온 거지롱."


대답 대신 경수는 큰 눈을 도륵 굴렸다. 됴륵됴륵이네. 저장 이름을 바꿔야겠다고 백현은 생각했다.


  "너 서포트 받는대! CS전자라며? 대애박."
  "…어?"
  "야야야. 너 거기 모델되면 나도 꼽사리 좀!"
  "뭐래. 네가 잘못 들었겠지. 나 아직 데뷔도 안 했어."
  "나 사장님 만나고 오는 길인데?"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굴러가는 눈동자에 백현은 땅을 치며 웃었다. '겁나 귀여운데 겁나 웃겨!' 꺽꺽 웃는 백현을 보며 경수는 급정색하며 팔 운동을 가볍게 했다. 네가 요새 안 맞아서 이러는 거지?


  "…간다."
  "아아가가갹!! 켁!!"


경수의 헤드락에 백현의 얼굴은 순식간에 시뻘게졌다. 백현이 바닥을 치며 항복 의사를 밝혔지만 경수는 헤드락을 푸고는 암바를 걸 뿐이었다.


  "항복이라고!!"
  "시끄러."
  "됴도ㄹ, 케게겍!!"


백현의 얼굴이 빨갛게 터질 때쯤 경수는 기술을 풀어주었다. 지금 경수의 뇌는 목을 붙잡고 컥컥거리는 인기 가수가 아니라 CS전자 사장에게 쏠려 있었다. 사장이면 나이가 대체… 배불뚝이… 게다가 스폰서면 막… 그… 나 어떡하냐……. 경수는 백현의 어깨를 잡고 흔들며 랩을 하기 시작했다.


  "야야, 생각해봐. 깨끗하다며. 그런데 왜 스폰서를 해? 어? 그렇지 않아? 스폰서가 질 나쁘다는 건 아기도 알 거야. 어? 안 그래? 그렇지? 야, 대답해!"
  "어, 어지러!! 좀 놔라!"
  "대애- 다압- 하라고오-"


하아. 백현은 후회스러웠다. 내가 여기를 왜 왔더라. 나는 가수 백현이 맞나? 여긴 엑스오 컴퍼니가 맞나? 키 작고 어깨가 용암 마냥 흘러내리는 주제에 눈은 크고 얼굴은 잘 생긴 얘는 데뷔 앞둔 가수 디오가 맞나?


  "아닐 수도 있지."
  "뭐?"
  "우리 부모님도 나 서포트 하시는데, 그럼 그것도 나쁜 거?"
  "…그건 핏줄이고 이건 남남이잖아, 이 자식아. 자랑하냐?"
  "컥!"


결국 백현은 또다시 경수에게 헤드락을 당하기 시작했다. 나는 누구, 여긴 어디. 백현의 혼은 이미 승천 중이었고 경수는 부득부득 이를 갈며 목을 조일 뿐이었다. 도움 안 되는 놈 같으니. 그러게, 내가 먼저 데뷔했으면 되는 거였잖아! 넌 어차피 뜰 놈이고! 간판만 있던 회사를 살린 게 백현이라는 생각은 백현의 혼과 함께 승천시켜 버렸다.


  "Oh, forgive me 거어어어어얼!!!!"


스트레스에 못 이겨 백현의 머리통을 마이크 삼아 쉬즈곤을 부르는 한 예비 가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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