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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주(FLAGE) 2016. 5. 24. 12:50

종인이 보기에 경수는 연기를 잘했다. 지난 번 앨범 촬영 때도 그렇고 이번 CF 촬영도 그렇고, 경수는 자연스러웠다. 가수 말고 연기자를 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문득 종인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경수 연기 잘하죠? 크… 키하고 어깨만 됐어도 배우로 데뷔시켰을 텐데!"
  "…아…"


이에 낀 카라멜 마냥 찬열에게서 떨어지질 않고 있는 백현에 의해서 종인의 의문이 해결되었다. 키가 작고 어깨가 좁으면 연기자 못하는구나. 종인은 주먹으로 말린 두 입술을 꾹꾹 누르곤 입을 열었다.


  "에이. 경수 씨가 연기보다 노래를 더 잘하나 보지."
  "헐. 형! 내가 더 노래 잘해요!"


말 그대로 입만 열었다 닫았다. 찬열에게 타이밍을 뺏겼다. 종인은 그냥 조용히 다시 입 꾹꾹을 했다.


@



  "경수 씨 오늘 수고하셨어요. 연기 잘 하시던데요?"
  "네? 아, 아니에요. 그냥 백현이랑 노는 장면이 대부분이라…"
  "내 덕이지? 뿌잉."
  "…좀 꺼져봐, 좀!"


촬영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은 한 차 안에 넷이었다. 자신이 운전을 할 거니 걱정 마시라고 하는 찬열에게 오늘 하루 경수와 백현을 모두 맡은 백현의 매니저는 그저 어쩔 줄 몰라하며 알겠다 대답하는 수밖에 없었다. 대기업 사장의 비서 포스는 좀처럼 쉬워질 수 없는 까닭이었다. 애들아… 살아 돌아오기만 해…


  "사장님, 오랜만에 휴식 어떠세요?"
  "…나 항상 일하고 쉬는데?"
  "……."


그러고보니 그렇네. 찬열은 갑자기 뭔가 억울해졌다.


  "오랜만에 제대로 된 문화 생활을 하시라는 거죠."
  "형이 그러려는 건 아니고?"
  "……."


이게 장난이야, 진지한 거야…? 뒷좌석에 나란히 앉아 티격태격하던 백현과 경수가 익숙지 않은 분위기로 인해 얌전해지기 시작한 것과 달리 종인과 찬열에겐 다분히 일상적인 말장난에 불과했다. 다만, 오늘은 찬열이 밀리고 있을 뿐이다.


  "아. 형은 클럽 갔었지, 참."
  "이 시끼야, 그냥 좀 가라, 가!!"


안전벨트를 붙잡고 종인은 꺽꺽대며 웃었다. 이 형 진짜 웃겨.



@





경수는 어쩌다 자신과 종인 둘이 덩그러니 영화관에 남겨지게 됐는지 생각해보았다.

비서님이 차에서 화를 내셨지만 그 뒤에 다시 침착하게 영화나 보러 가자고 하셨고, 그렇게 영화관이 있는 백화점 지하주차장에 도착했었다. 그러고 어땠더라… 경수는 미간을 꿈틀거렸다.

영화 뭐 보지? 히어로물 뭐가 나왔더라. 로맨스는 졸리고… 전광판에서 계속 지나가는 영화 포스터들을 바라보며 고민하다가 종인은 경수의 어깨를 두드렸다. 경수는 흠칫 내적으로 놀라며 종인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보고 싶은 거 있어요?"
  "아… 음… 저거 보고 싶긴 했는데…"


…로맨스잖아. 하필 방금 전 자신이 엄청 졸릴 것 같다고 평가내린 영화였다. 자신의 의견을 말해나 하나 고민 중에 어디선가 속닥여지는 자신의 이름이 들려왔다. 아, 피곤해… 짱아 보고싶어… 종인은 눈썹을 늘어뜨리고는 멍한 경수를 놔두고 예매소로 다가갔다.


  "A영화로 좌석 전체 예매 가능한가요?"
  "네?"


종인은 그대로 블랙 카드를 내밀었다.



@





경수는 치즈 소스에 나쵸를 찍어 먹으며 아직 광고가 진행 중인 6관에 왜 종인과 자신이 '단 둘'만 있게 됐는지 다시 생각해보았다. 아까 어디까지 생각했더라.

그래. 주차장에서 엘리베이터를 탔었다. 그리고 영화관이 있는 층에서 문이 열리고 엄청난 비명을 들어야 했다. '꺄악!! 변백혀언?!!', '헐.', '대박! 야야야!! 전화!!' 백현이 현재 아이돌 그룹 못지 않은 팬층을 가지고 있는 솔로 가수란 사실을 잊고 있던 넷은(심지어 백현 본인조차도) 그대로 잠시간 굳어버려야 했다. 그러다 DSLR 플래쉬가 터지는 소리를 듣자마자 비서님이 백현이를 '들고' 도망가셨다. 맞아. 들고 도망가셨지. 난 아직 일반인이라 다행이다.

경수는 사이다를 쪽 빨아마시며 시작하는 영화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시작한지 15분 만에 종인은 영화 보기를 포기했다. 너무 지루해… 이런 영화에 200만 원을 쓰다니… 종인은 보기완 달리 경제 관념이 뚜렸했다. 그렇게 기회비용을 생각해보다 종인은 잘 자세를 취하였다. 자신을 알아보며 쑥덕거리는 곳에서 잘 바에야 차라리 아무도 없는 곳이 나았다. 심각한 표정으로 영화에 몰입하고 있는 경수를 흘끗 보고는 눈을 비볐다.

아이언맨 다시 보고싶다.



@





쿨쩍. 경수는 슬쩍 눈물을 닦고 킁킁 코를 갈무리했다. 너무 슬퍼.


  "…다 끝났어요?"
  "네."
  "가요."


잤나? 종인의 눈이 회사 침대에서처럼 팅팅 부어있었다. 사무실에 놓여있던 만화책들의 제목을 떠올려보다가 경수는 심장이 쪼그라듦을 느꼈다. 이런 장르는 종인의 취향이 아님이 너무나 확실했다.


  "저기…"
  "?"
  "영화, 재미 없었죠?"
  "아…"


종인은 마땅한 대답을 찾기가 어려웠다.


  "선물 고마워요."
  "네?"
  "짱아가 탐내던데."


짱아? 만화 캐릭터를 연상했다가 종인이 사진 보여줬던 강아지임을 기억해내곤 경수는 속이 더부룩해졌다. 개가 탐내는 선물이란 게 좋은 말인 건가… 아닌 것 같은데…?


  "그래서 안 주고 내가 써요. 귀여워서."
  "…네."


찬열에게 전화를 거는 종인을 보며 경수는 가슴께를 문질렀다. 롤러코스터를 탄 것 같이 울렁거렸다.
아니, 이미 심장은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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