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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주(FLAGE) 2016. 5. 24. 12:51

경수는 초점이 사라진 채로 마이크를 잡았다 놓았다를 반복했다. 누가 봐도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고, 옆에 있던 매니저 승환도 덩달아 긴장했다.


 "됴. 긴장하지 말고 잘 불러라?"
 "…장담 못해요, 사장님."
 "…야. 여기 대관료가 얼마인지나 알아? 게다가 기자들 불렀지, 그것들한테 음식도 돌렸지, 홍보료도 나갔지. 내가 너한테 얼마나 정성을 쏟았는데!"
 "으엉."


승환은 경수의 긴장을 풀어주려는 건지, 돋우려는 건지 모르겠는 준면의 말을 들으며 귀를 후볐다. 내가 고생했지, 사장님이 고생했나. 후 입바람을 불어 귀지를 날렸다.


"야!! 내가 그거 더럽댔지!!"
"네네. 고치겠습니다."
"너 저번에 내 차에도!!"


경수는 승환과 준면에게 시선을 주지 않으며 대기실 밖 무대 쪽에서 들리는 백현의 노래에 집중했다. 저 곡이 끝나면 백현이 자신을 소개하는 멘트를 날릴 것이고 자신은 사람들 앞에서 노래를 불러야 했다. 극한의 떨림에 입술이 경련했다.


[오늘 힘내세요, 경수씨! 사장님이랑 꼭 보러갈게요~^^]
[큥큥 'ㅅ' 내가 게스트로 나갈 위치가 아닌데 네 쇼케이스 게스트 서주니까 삑사리 나면 찬열이 형한테 이를거임. 잘해라ㅋㅋ 큥큥 됴됴 크로스!!!]


어윽. 경수는 휴대폰을 끄고 무대 옆 대기 장소로 가기 위해 대기실을 나섰다. 대기실에선 여즉 준면의 목소리가 떽떽 울리고 있었다.



*





종인은 멋있는 척하며 무대를 바라보는 찬열을 힐끔 보다가 입을 가려 하품을 했다. 평소 행동을 보면 찬열은 백현이 서있는 무대를 입을 헤 벌린 채로 봤겠지만 기자들이 있어서인지 멋있는 척이 아주, 심했다. 기자들이 자신들을 알아볼 걸 알고 일부러 수트를 안 입고 오긴 했는데 종인은 뭔가 못마땅했다. 가수 쇼케이스인데 날 찍어서 뭐하게? 찍지 말라고 할 수도 없어서 손목을 괜히 빙빙 돌렸다.


"안녕하세요. 오늘 디오 쇼케이스 오프닝 게스트와 MC를 맡은 변백현입니다. 반갑습니다."


짝짝짝. 찬열은 눈 짝짝이인 채로 박수를 쳤다. 얼씨구. 종인은 속으로 피식 비웃었다. 이 형 기자 너무 의식하는 거 아냐? 회사에 왔을 때와 달리 얌전하게 말하는 백현도 낯설었다. 도무지 이 커플을 알 수가 없었다. 알기도 귀찮아 종인은 입을 막고 다시 하품을 내쉬었다.


"엑스오 컴퍼니의 신인 가수이자 제 절친인 디오 씨를 무대 위로 모셔볼게요."
"안녕하세요. 디오, 도경수입니다."
"디오 씨 지금 엄청 긴장하신 것 같은데 괜찮으세요?"
"음…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이렇게 많은 분들 앞에서 서보는 건 처음이라서요. 플래쉬가 터지는 것도 낯설고 그래요."
"에이. 잘하시니까 무사히 마치실 거예요. 제가 장담할게요."
"…감사합니다."


경수의 눈이 방황하는 게 보였다. 백현은 경수의 어깨를 툭툭 쳐주고 마주 웃어주었다. 장난으로 긴장을 풀어주고는 싶었지만 공식석상이라 그러지 못하는 게 조금 아쉬울 따름이다. 백현의 대외적 이미지는 무려 '과묵하지만 섬세한 20대'였다. 백현 자신이 생각해도 좀 이상한 이미지이긴 하다.


"디오 씨의 노래를 들어보겠습니다. 박수로 맞이해 주세요."


종인은 경수의 노래를 듣는 게 이번이 처음이었다. 들어보니 기분이 낯설었다. 뭔가, 음. 뭔가 그랬다. 마이크를 잡은 손이 살짝 떨리는 걸로 봐선 긴장한 게 틀림없는데 얼굴과 목소리는 노래 가사 마냥 설레보였다. 종인은 자세를 고쳐 앉고 경수를 빤히 보았다.

경수는 떨렸다, 여러 이유로. 긴장돼서는 물론이고 시야에 종인과 찬열이 들어와서 그랬다. 경수는 은연 중에 인정하면서도 인정하지 않던 감정을 더 인정해야 함을 깨달았다. 아, 내가 좋아하고 있구나. 그런 생각이 들자 손의 떨림이 멎는 듯했다. 경수는 시선을 종인 쪽으로 두었다. 눈이 마주친다. 경수는 눈을 감았다가 떴다. 여전히 종인과의 마주침은 동일선상에 놓여있었다.


"…감사합니다."
"와. 디오 씨 긴장되신다는 거 다 뻥이었네요! 그럼 이제 곡 소개 좀 해주시겠어요?"
"아. 이 곡은 사랑에 빠진 20대 남자의 마음을 표현한 곡이에요. 되게 다, 다, 단순하죠. 어… 그런데 좀 다른 게 사랑을 자각한 게 아니라 설렘? 그 설렘을 노래했어요."


아오!! 경수는 망했단 표정을 지었다. 거기서 왜 더듬냐!! 이건 백현의 506년짜리 놀림감이다. 경수는 체념했다.


"오올. 혹시 노래 부리시면서 누굴 떠올리신 거예요?"
"……."
"네네?"
"없지는 않겠죠?"
"우왁!! 누군지 엄청 궁금하네요!"


준면은 무대 옆에서 뜨악 중이었다. 저 놈 저거 질문이 왜 저래!! 지 친구 말아먹을 작정이야?!! 준면은 질문을 그만하란 표시로 손으로 열심히 목을 그어댔다. 백현은 씨익 웃으며 손으로 오케이 사인을 보냈다. 준면과의 술래잡기는 경수의 헤드락보다 재미있지 않았다.


"으음."


찬열은 뚱하게 입을 괴롭히고 있는 종인을 슬쩍 봤다. 질투도 눈치채지 못하는 꼼지락거림이 어리다는 게 티가 나서 귀여웠다. 물론 백현이가 더 귀엽지만. 끄아아아. 찬열은 플랜카드를 들고 난리부르스를 추고 싶었다.


"디오 씨의 첫 번째 정규 앨범 수록곡들 찬찬히 들어볼까요?"



*





종인은 휴대폰으로 강아지들 사진을 보고 있었다. 소파에 늘어져 있다 보니 잠이 오려는 걸 겨우 참고 있었다. 조금만 기다려 달라더니 벌써 20분 째 기다리고 있었다. 하암. 찬열이 종인의 입을 탁 때렸다.


"대기실에서 여기로 오고 계시대요. 경수 씨 말고 다른 분도 오실 수 있으니까 똑바로 앉으세요."
"알았어어."


자세를 딱 잡자마자 문이 열렸다. 경수와 백현이 안을 빼꼼 들여다보고 있었다. 백현은 왜인지 모를 만세를 외치고 찬열에게 붙어 쨍알쨍알 댔다. 종인은 귀를 긁었다. 저 둘만 보면 귀가 가려웠다.


"저, 저…"
"?"
"그, 그게요…"
"…노래 잘 들었어요."
"아, 네. 감사한데… 그게 아니라…"


경수는 눈을 꽉 감고 종인의 어깨를 붙잡았다.


"조, 조… 좋… 어으…"
"…좃…?"
"아니!!! 조조조, 됴아해요!!!"


종인은 눈을 크게 떴고, 찬열과 백현은 뽀뽀하기 바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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