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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라이뚜 햅삐니쑤 01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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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라이뚜 햅삐니쑤 01

플라주(FLAGE) 2016. 5. 24. 12:55
딜라이뚜 햅삐니쑤 01
: 엄마의 1호팬은 과연 누구?
(w. kamongflage)
Chanyeol x Baekhyun with Chan&Hyun








  “어후. 어후…”


백현은 어깨를 빙빙 돌리며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분명 베개를 베고 잤던 것 같은데 눈을 뜨니 덜렁 매트리스에 뒷통수를 대고 있었다. 범인이 누구지. 아프다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목을 돌려 옆을 바라보았다.


  “컹……”
  “ㅇ, 어마아…”
  “므므, 므……”


거대한 남정네 한 명과 그 거대한 남정네를 닮은 애, 그리고 저를 닮은 애가 똑같이 대자로 뻗은 채로 방전된 배터리 마냥 잠들어 있었다. 그리고 제 예상대로 자신의 베개 도둑은 저를 닮은 현이였다. 일부러 인형을 사줬는데도 불구하고 새벽 어느샌가 엄마의 베개를 뺏어 안고 잤다. 백현은 허탈하게 웃고는 부엌으로 향했다. 아침을 차려야 했다.


  “볶음밥 할까?”


사실 어젯밤부터 오늘 아침은 볶음밥을 할 생각이었다. 남자씩이나 돼서 셋 다 편식이 너무 심했다. 찬열이는 당근, 찬이는 피망, 현이는 양파. 망설임 없이 백현은 야채칸에서 당근, 피망, 양파를 꺼내 도마 위에 올려놨다.


  “아놔……”


다듬기는 다 다듬었는데 유독 양파가 자꾸 손에서 튕겨나갔다. 내 손에 양파 반사판 있는 줄. 백현은 손으로 야채 옮기기를 포기하고 인간답게 그릇을 이용해 프라이팬에 겨우 옮겼다.


  “으에에엥…”
  “찬녈아!! 찬이 깼어! 일어나!!”


차마 부엌에 불을 홀로 놔두고 자리를 뜰 수가 없어서 안방을 향해 소리를 꽥꽥 지르며 박찬열 기상시키기를 시도했다.


  “찬이 일어나써요~? 아빠한테 안기자!”


눈도 못 뜬 채로 머리를 벅벅 긁는 찬이를 안아들고 찬열은 현이에게 이불을 제대로 덮어줬다. 현이는 밥이 다 되면 귀신같이 알고 일어나는 타입이었다. 찬이에게 어화둥둥을 해주며 부엌으로 향하며 코를 킁킁거렸는데 익숙한 냄새들의 조합에 멈칫했다. 백현아…… 너어……. 아무리 그렇게 굴어도 나는 당근 안 먹을 거란 말이야……. 짝눈을 만들고 휘휘 프라이팬을 휘젖고 있는 백현의 뒤로 다가갔다.


  “오늘 볶음밥이네?”
  “응. 오늘 남기면 안돼. 알았지?”
  “으응…”


오늘은 당근을 누구에게 줄까 고민하는데 뭔가가 밟혔다. 어으, 이거 뭐야?


  “백현아. 양파가 왜 바닥에 있어?”
  “내 손에 양파 반사판이 있거덩.”
  “엥?”
  “양파아?! 아바, 양파아?!”
  “응. 오늘 아침밥에 양파 있대.”
  “혀니 양파 시러해!”
  “초록색 피망도 있어, 찬아.”
  “피망 시러!”
  “우리 찬이 편식하면 안돼. 오늘 피망 다아~ 먹으면 엄마가 상 줄게!”
  “안 머거도 상 주믄 앙대…?”
  “안돼요 해야지, 찬아.”
  “앙대요…?”
  “안돼, 찬이.”
  “네에…….”


아, 심장 아파… 귀여워서 죽을 것 같아……. 찬열은 백현과 찬이의 대화를 들으면 항상 심장이 아팠다. 사실 ‘백현이즈뭔들’ 성향이긴 한데, 애들이 존댓말을 안할 때마다 고쳐주는 백현이를 볼 때마다 팬들이 자신에게 외치는 ‘십덕 포인트’를 이해할 것 같았다.


  “찬녈아, 현이도 데려와. 그릇에 담기만 하면 돼.”
  “응응.”


찬이를 의자에 앉히고 턱받이를 해주는데 벌써 방에서 현이가 꾸물대는 소리가 들렸다. 긴 다리로 휘적휘적 현이도 어화둥둥하며 데려와 의자에 앉히는데 ‘양빠 시룬데…’라고 중얼거리는 게 들렸다. 크윽. 찬열은 또 심장이 아팠다. 내 아들이지만 귀여움이 지나친 것 같아… 건강검진 받아서 심장 좀 튼튼하게 유지해야겠어…


  “오늘 편식 안 하고 다~ 먹는 사람만 엄마 안을 수 있어. 그러니까 찬열이 넌 당근, 찬이는 피망, 현이는 양파 꼭 먹어야 돼. 알겠죠?”
  “이잉…”
  “우움…”


찬이랑 현이가 숟가락을 입에 물고 주저주저 하는 모습에 또 찬열은 ‘심쿵사’를 당했다. 애들을 보느라 방금 전 백현의 말을 잊은 게 분명했다.


  “찬이랑 현이 나아줘서 고마워, 배켜나아~”


찬열이 혀 짧은 소리를 내며 백현을 꼬옥 안자, 빼액빼액 찬이랑 현이가 소리를 질렀다.


  “아바!!!! 땅그은!!!!!”
  “안 머거짜나!!! 어마 안띠마!!!”
  “어마 내 꺼야아!!!!”
  “……찬아, 현아… 아빠가 더 좋다며……”
  “아냐아!! 어마가 더 조아!!!”
  “차니 형아보다 혀니가 더 조아해!!!”
  “아냐, 어마!! 차니가 더 조아해!!”


상처 받은 채로 애들을 바라보는 찬열과 이젠 서로 빼액빼액거리는 찬이와 현이를 두고 백현은 고개를 숙이고 열중해서 밥을 퍼먹었다. 누가누가 더 엄마를 좋아하는가 배틀은 익숙했다. 젓가락질을 하지 않는 음식일 때만 제대로 밥을 먹을 수 있어서 백현은 사실 눈앞의 볶음밥 외에는 다른 건 감각 기관에 인지되지도 않고 있었다.
찬이와 현이는 엄마가 저희들을 보고 있지 않다는 걸 깨닫자 투닥거리다 말고 서로의 밥그릇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그리곤 아기들이라고 믿을 수 없는 속도로 야채를 옮기기 시작했다. 찬이는 피망을 현이의 밥그릇에, 현이는 양파를 찬이의 밥그릇에. 찬열은 벙쪘다. 얘들아, 아빠는…? 찬이와 현이는 찬열을 빤히 보며 고개를 갸웃거리기만 할 뿐 큰 밥그릇에 있는 당근은 쳐다봐주지도 않았다. 찬열은 또다시 상처를 받았다. 외톨이야, 외톨이야, 다리디리다라뚜……





  “…….”


헝. 다 먹었당. 백현은 자신의 누텔라 배를 톡톡 두드리며 만족스럽게 고개를 들었다. 웬일인지 셋의 밥그릇이 완전히 깨끗하게 다 비워져 있었다.


  “…….”
  “…….”
  “…….”
  “어윽…”


찬이와 현이는 야채 교환이 들킬까봐 침묵하고 백현은 뭔가를 생각하느라 침묵했다. 오로지 당근을 다 먹은 찬열만이 신음을 내뱉을 뿐이었다.


  “아코, 잘 했어요. 찬이, 현이~”


백현은 양팔로 애 둘을 드는 스킬은 없어 팔을 뻗은 찬이와 현이를 차례로 안아 토닥여줬다. 엄마에게 들키지 않고 안겼다는 거에 기뻐서 방실방실 웃으며 까르륵 웃기 바빴다. 묘하게 질투가 나긴 하지만, 찬열은 속이 미슥거려서 백현에게 자기는 왜 안 안아주냐고 찡찡댈 기운도 없었다.


  “그런데 엄마는 아빠가 더 좋아~”
  “어마!”
  “나… 나는 어마가 조아…”
  “엄마는 아빠가 더 좋은데에~”
  “아냐아… 어마 차니 더 조아해애…”
  “어마도 혀니 조아해…”


으잉? 평소에 애들 울리는 말을 하지 않는 백현이라서 찬열은 물을 마시다 말고 눈을 크게 떴다. 찬이랑 현이는 울먹이며 부들부들 거리고 있고, 백현이는 네모 웃음을 내비치며 자신의 머리를 껴안고 있었다. 도대체가 무슨 상황인지 머리가 빠릿빠릿 돌아가질 않았지만, 왠지 모르게 자신이 백현이 1호팬으로 인정 받은 것 같아 기뻐서 어헝어헝 거렸다. 찬이랑 현이가 야채 교환을 한 걸 백현이 눈치챘다는 건 전혀 생각지도 못하고 있었다.


  “봐봐! 엄마는 아빠 더 좋아해. 찬이랑 현이도 아빠 없었으면 엄마 못 만났어!”
  “아냐!”
  “으에에엥!!”
  “넌 내가 안 사겨줬으면 끝이잖아.”
  “…….”


백현의 1호팬은 자기 자신인 걸로.



***





  “아아아아아. 앉고 싶다.”
  “오늘 기합 받았어?”
  “엉. 체육복 빌린 거 걸림.”
  “…너 나한테 빌리지 않았어?”
  “엉. 네 거 너무 커서 걸림요.”
  “…….”


오늘 백현이 자신에게 체육복을 빌려가서 기뻤는데 그것 때문에 기합을 받았다고 하니까 기쁨이 추욱 가라앉았다. 찬열이 귀에 달려있을 것만 같은 골든 리트리버 귀가 한없이 늘어진 것 같아서 백현은 능청스럽게 찬열의 옆구리를 세게 푹 찔렀다.


  “짜식. 내가 좀 더 키 크면 네 체육복 입어도 안 들킬걸!”
  “…안 크면 안돼?”
  “……죽고 싶어?”
  “…안돼. 나 데뷔해야 해…….”


아, 맞다. 얘 가수 준비 중이지. 킁. 찬열이 잘생긴 거야 인정은 하고 있지만, 매일 봐서 그런지 얘가 고등학교 졸업 후 데뷔할 애라는 게 도통 실감이 나질 않았다.


  “졸업하고 바로 데뷔하는 거 맞긴 해?”
  “엉. 레알. 참트루. 팩트.”
  “…알았다아. 헐. 자리!”


맨 뒷자리에 자리가 나자마자 백현은 잽싸게 앉았다. 혼자만 앉기는 뭔가 뻘쭘해서 백현은 팔을 벌렸다. 가방이라도 들어줘야지. 쟤는 뭔데 저렇게 가방을 빵빵하게 들고 다녀. 대학도 안 갈 거면서.


  “…….”
  “……?”


찬열은 잽싸게 가방을 넘겨주지도 않고 백현을 이상한 표정으로 쳐다봤다. 뭐, 뭐야… 가방에 꿀단지라도 숨겨놨나? 싫으면 싫다고 하등가…… 사람 뻘쭘하게시리…… 백현이 꽁해져서 팔을 내리려는 순간 찬열이 백현을 껴안아 뒷통수를 토닥였다. 백현은 얼이 빠졌다.


  “뭐, 뭐, 뭐하는 거냐!”
  “엥?”


고막을 찢을 듯한 데시벨의 목소리에 찬열은 팔을 풀고 백현을 되려 이상하게 쳐다봤다.


  “허… 가방을 달라고, 병신아!!”
  “…아. 그런 거였어? 말을 하지.”


백현의 주위에 앉은 사람들이 하나 둘 큭큭대며 웃기 시작하자 백현의 귀가 새빨개졌다. 원흉인 찬열은 오히려 가방을 백현에게 툭 안기며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버스 손잡이를 잡고 나홀로 중심 잡기 게임을 시작했다. 매일 붙어다녔지만 이런 뻔뻔한 모습은 처음이라 백현은 연신 ‘허…’하고 황당해 할 수밖에 없었다. 왜 부끄러움은 나의 몫인가. 내릴 때까지 애꿎은 찬열의 가방만 퍽퍽 때릴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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