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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라이뚜 햅삐니쑤 02

플라주(FLAGE) 2016. 5. 24. 12:55
딜라이뚜 햅삐니쑤 02
: 아빠를 아빠라 부르지 못하고
(w. kamongflage)
Chanyeol x Baekhyun with Chan&Hyun






  “야야. 너 뭔 소시지를 두 봉지나 썼어?”
  “소시지 볶음에 한 종류의 소세지만 들어갈 거라 생각하지 마. 주부 9단 비엔나 소시지랑 동원 델립 불고리 비엔나의 케미가 얼마나 대단한데.”
  “…그래봤자 소시지는 소시지 아님?”
  “……지금까지 네 뱃속에 들어간 것도 이 둘의 조합인데?”
  “…납득이 됐어. 따져서 깹써엉.”


주말 식사는 찬열이 담당이었다. 그리고 오늘의 메인 요리는 찬열표 소시지 볶음이었다. 같이 학교 다닐 때 어쩌다 도시락을 싸야 하는 날이 오면 백현이 항상 제 소시지 볶음을 뺏어먹기 바빴다. 그 입맛이 유전된 건지 찬이와 현이는 소시지 볶음을 만들어주는 날만 “아바가 제일 조아!!”라고 외쳤다. ─그래서 주말마다 이 요리만 해서 백현에게 혼난 적도 많다.─


  “어마어마. 나 노란 거, 노란 거 줘어.”
  “찬아. 주세요.”
  “노란 거어 주세여.”


피망 편식에 도움이 좀 될까 싶어서 노란색 파프리카를 사봤는데, 생각보다 찬이가 잘 먹어서 찬열은 괜히 뿌듯했다. 그래봤자 피망은 피망, 파프리카는 파프리카이지만.


  “현아~ 아빠가 소시지 줄까? 아 해 봐.”
  “내가 머그꺼야.”
  “…어이구, 현이는 혼자서도 잘하네?”


찬이 담당은 백현, 현이 담당은 찬열인데, 사실 찬열은 담당이라고 말하기 뭐했다. 그릇이 작아서 반찬이 종종 튀어나가는 걸 제외하면 현이는 포크로 혼자서도 잘 먹는 편이었다. 오히려 형임에도 불구하고 밥 먹을 땐 은근히 엄마손 타기를 좋아하는 찬이가 문제였다. 야채 교환 때는 엄청난 손놀림을 자랑하는 거 보니 그렇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긴 한데…….


  “찬이 양파 먹을까요? 응? 양파~”
  “…시러.”
  “이거 엄청 맛있어요. 엄마도 냠냠하는데?”
  “그거 이렇게 하면 돼. 슈웅~”


언젠가 육아 프로그램에서 본 융단 폭격 식사법을 찬열이 따라해봤다. 자신감 넘치게 말은 했지만 속으로 ‘찬아 젭알!!’을 외치는 중이었다.


  “…아아-”
  “헐.”
  “올.”


찬이의 먹음에 소시지를 흡입 중인 현이를 제외하고 모두가 놀랐다.




***




늘어지기 딱 좋은 조건이 형성돼 있었다. 물론 밖은 29도를 맴돌았지만 적어도 집안은 커튼이라는 장벽 덕에 따뜻하고, 배는 부르고. 소파도 넓적하겠다, 찬열과 백현, 그리고 찬이와 현이까지 가족 넷은 모두 눈을 꿈뻑거렸다. 살 찔 거 알지만 자고 싶다……
백현의 자칭 타칭 누텔라 배는 머리를 대고 있으면 푹신하면서도 오르락 내리락 움직임이 일정하여 자장가 못지 않은 효과를 발휘했다. 찬이와 현이의 머리는 백현의 배에, 다리는 찬열의 배에 있었다. 찬열의 배는 백현보다 딱딱해 발 받침대로 딱이랄까. 그래서 찬이와 현이는 아빠 배를 별로 안 좋아했다. 안 똔똔해!!


  “찬녈아. 너 오늘 뭐 방송 있다고 하지 않았어?”
  “…아. 드콘?”
  “몰라. 하여튼 너 오늘 무슨 방송 있댔어.”
  “그거 맞을 걸……. 특별 무대 했었거든…….”
  “얼른 틀어봐. 보게.”
  “백현아아, 나 졸려어.”
  “아, 언넝.”


찬열은 어느 순간부터 이상하게 가족들 다같이 자신의 무대를 보는 걸 민망해 했다. 찬이랑 현이 태어났을 때는 보여주지 못해서 안달이더니. TV를 가리키며 애들이 ‘아바바바바’거리기만 하면 괜히 심장을 부여잡고 오버하기 바빴던 애가 180도 변했다. 뭔일이래?


  “허얼. 타이밍 봐. 너 딱 나오네.”
  “…어우.”
  “아바!!”
  “압빠?!”


거의 잘 기세이던 찬이와 현이가 원샷을 받는 찬열의 모습을 보자마자 몸을 벌떡 일으켰다. 가사도 제대로 못 알아들으면서 엉덩이를 들썩들썩이며 연신 ‘아바!!’와 ‘압뽜!!’를 외치다가 찬열이 화면에 나오면 ‘아바바바바바바!!!’ 더 흥분을 해댔다.


  “찬이, 현이 신났어요? 엄마도 씬난다!”
  “어마 춤춤!”


애들이 즐거울 수만 있다면야. 백현은 왕년에 장기자랑 순서 때마다 추곤 했던 막춤들을 추기 시작했다. 오홍! 예헤! 우옷! 찬열은 제가 다 민망했지만 백현은 물론이거니와 따라 추는 찬이랑 현이가 사랑스러워 기절할 것만 같았다. 아무래도 건강검진을 일주일 이내로 받아야 해…….


  “배켜나아… 너 징쨔 귀여운 거 가타…”
  “…혀 어디에 팔았냐.”
  “압빠 가써.”
  “혀나! 아빠 여기써여~”
  “…아바 아냐!!”
  “…….”


그랬다. 어느 순간부터 찬이랑 현이는 TV 속에서 멋있게 랩하는 찬열을 아빠라고 생각하고 현실 속 혀 짧은 소리를 내며 애교를 부리는 찬열을 아빠라고 인정하지 않으려 했다. 특히, 오늘처럼 TV에서 풀메이크업의 찬열을 봤을 때 말이다.


  “…우리 다같이 연습실 가자.”
  “엥? 뭔 연습실?”
  “내 연습실.”
  “갑자기? 낮잠 잘 시간 다 됐는데?”
  “…내가 아빠가 아니라잖아…… 나 슬퍼, 배켜나아……”
  “…….”
  “무대도 내가 하는 거잖아… 응? 그렇지 않아, 배켜나…?”


네가 혀 짧은 소리만 안 내도 아빠라고 할 것 같은데, 찬녈아.



***




현이 손을 잡고 앞서 걷고 있는 백현은 모르고 있을 테지만, 사실 찬열은 지금 백현이에게 삐쳐있었다. 연습실에 가서 아빠가 아빠임을 보여주겠다고 결의를 다지던 저를 보던 측은지심의 눈길이 잊히지 않고 있었다. 몸을 약간 기울인 채로 찬이의 보폭에 맞춰 걸으며 찬열은 연신 꿍얼꿍얼 거렸고, 찬이는 찬열의 목소리가 들릴 때마다 고개를 갸웃했다.


  “엄마 싫어!”
  “어마 좋아!”


찬열의 외침에 바로 치고 들어오는 찬이의 외침에 찬열의 눈이 짝짝이로 변했다. 귀여워…


  “엄마 좋아?”
  “어마 좋아!”
  “엄마 좋아!”


아, 미친. 졸귀. 연습실을 정말 우연히 지나가다 덕계못을 부순 어느 소녀가 십덕사를 당했다.



***




찬열이 애들 앞에서 정말 열심히 춤을 췄다. 형용사 그대로 열심히 췄다. 백현은 이제 그만 춰도 될 것 같다고 말해주고 싶었는데, 저 열정을 멈춰주려는 말조차 안타깝게 느껴져 입을 다물고 박자에 맞춰 박수를 쳐줬다. 쟤는 괜히 래퍼로 데뷔한 게 아니라니까… 고등학교 재학 당시에도 ‘박찬열은 춤을 못 춰서 아이돌 래퍼가 되지 못할 거다.’라는 불문율을 당사자를 제외한 모든 동창들이 알고 있었다. 열싱머신이라고 불리던 게 정말 춤을 느낌있게 ‘잘’ 춰서라고 아직도 알고 있을 지도 모른다.


  “헉, 헉… 어때! 아빠 이제 아빠 맞지?!”
  “아바바바! 빠른 말 빠른 말!”
  “혀니 제대로 몰라! 압빠 랩! 랩!”
  “알았어! 아빠가 보여줄게!”


…쟤 집 갈 때 운전할 수는 있겠지?


  “She's such a transformer-"
  “찬아! 현아! 엄마랑 뛰자!! 예헤!”


끼는 못 숨긴다고, 백현은 자신의 18번 곡에 진지함 따위 벗어던졌다. 찬이랑 현이는 덕분에 더 신이 나서 연습실을 뱅글뱅글 뛰어다녔다. 그동안 비워져 있던 탓에 쌓인 먼지들이 뜀박질을 함께 했지만, 정신줄을 놓고 노는 네 가족을 멈추기엔 너무나 작은 존재들이었다.


  “아바 아바!! 딴 거!!”
  “현이 다른 거요 해야지.”
  “다른 거요오!”
  “오케이!!”
  “압빠 최고!!”


오랜만에 찬열이 연습실에 왔다고 해서 내려온 사장은 연습실 안을 들여다 보고 혀를 찼다. 가족 바보 같으니…


  “혼란스러운 공간! 속 날!! 이끌어 줄 빛이 되고!!”


저 놈은 대체 육아 휴직을 몇 달을 내는 거야… 어휴.


  “널 안고 변치 않을게! 널 안고 나를 떠나버린 사람들과 마주해!!”



***




  “나는 초코 오레오 스무디.”
  “안 추워?”
  “엉. 강철 체력임.”


말과는 다르게 백현은 후드 모자를 더욱 여미고 어디에 앉을지 두리번거렸다. 찬열은 메뉴판을 보고 한참을 고민하다가 결국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시켜야만 했다. 일주일마다 몸무게를 재는데 쪄도 안 되고 빠져도 안 된다고 해서 죽을맛이었다. 아메리카노 써서 싫은데… 나도 초코 오레오 스무디이……


  “우리 저기 앉아서 게임하자.”
  “어디?”
  “저기. 선인장 있는 데.”
  “엉. 가있어. 내가 가져갈게.”
  “오냐.”


웬일로 찬열의 연습이 일찍 끝나서 카페에 온 건데 일찍이라고 해봤자 밖은 어둑어둑했다. 백현은 입도 가리지 않고 크게 하품을 했다. 딱히 한 건 없는데 하루종일 피곤했다. 새삼 찬열의 체력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거의 반나절 가까이 연습을 하다가 날 만날 체력이 있다니… 대단한 놈이여.


  “…나 스무디 한 입만 줘.”
  “…뭐냐?”
  “아아아~ 백현아아… 한 입만… 단 거, 단 거…”
  “……먹어라, 먹어. 다 머겅.”
  “그건 안 됑.”


음료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자마자 백현의 스무디를 뺏어먹은 찬열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마시쪙. 여긴 천국?


  “박찬. 가위 바위 보 하자.”
  “엉?”
  “지는 사람이 이 선인장 가시 찌르자.”
  “……유치한데.”
  “아아! 할 거야, 말 거야?!”
  “…콜.”


가위, 바위, 보!! 아싸!! 내가 이김!! 빡찬, 얼른 찔러라!! 찌르고 피 나면 잠자는 숲 속의 공주처럼 픽 쓰러지는 연기도 부탁행. 백현은 본인이 생각해도 어이 없는지 테이블을 팡팡 치며 웃으면서도 휴대폰을 주섬주섬 꺼내었다. 박찬열 데뷔하면 뿌릴 거야. 그 속을 모를 리 없는 찬열이지만, 진짜로 뿌릴 마음은 없다는 걸 알기에 찬열은 장단을 맞춰주기로 했다.


  “아앗…! 아파… 난 이대로 죽는 걸까…?”


되지도 않는 여자 목소리를 흉내내며 테이블 위에 픽 엎드리는 찬열을 보며 백현은 배를 부여잡고 웃었다. 아, 박찬열 진짜 좋아. 진짜 웃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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