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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열은 광고 기획팀의 보고서를 보며 볼펜을 딸깍거렸다. 신선한 것 같기도 하고 진부한 것 같기도 하고. 보고서에 쓰여진대로 광고를 머릿속에서 한참을 구상해 보았으나 여전히 난해하였다. 한숨을 쉬고, 신선도 이전에 당사자의 허락을 받는 게 더 중요한 것 같아서 찬열은 사장실에 노크를 하고 들어갔다. "사장님." "……." "사장님!" "어, 어?" "뭐하시길래… 아. 그 서류 아직도 보고 계세요?" "응. 중국어는 오랜만이라 좀 헷갈려서." 종인은 한자로 가득 찬 종이를 손에서 놓고 목을 돌렸다. 중국에 위치해 있는 공장에서 기계 교체 건으로 보고서를 보내왔는데 전부 중국어로 쓰여져 있었다. 이전 담당자는 항상 영어로 보고서를 써서 보냈기 때문에 종인에게 중국어 원문은 상당히 오랜만이었다. 종인은 눈두덩이..
지금 백현은 땅에 떨어져 있는 종이 가방을 다시 뒤집어 쓰고 싶었다. 어째서 찬열이 경수의 스폰서와 함께 있었는지는 중요하지 않고, 자신의 거짓말이 들통난 게 중요하였다. 게다가 자신은 그때와 다르게 노메이크업 상태, 즉 경수 말을 빌리자면 멍뭉이 상태였다. (자신이 생각해도 그때와 지금의 외모 차이가 심하다고 생각하는 중이다.) 그저 백현은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찬열이 입을 열기를 기다렸다. "그때 백현하고 지금 백현이 동일인물이 맞다는 거지?" 고개를 끄덕이는 백현의 머리에 축 늘어진 강아지 귀가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그러고보니 고양이 느낌이 나던 클럽 때와 달리 지금은 강아지 느낌이 강하다. 종이백을 쓰고 백변훈이라고 속이려던 걸 보면 얌전한 강아지보다는… 사고치는 멍뭉이 느낌? 곰곰이 생..
종인은 마지막 서류에 서명을 하고 늘어지게 하품을 했다. 점심 때 상추를 먹어서인지 평소보다 배로 졸린 것 같았다. 할 일은 다 마쳤으니 오늘은 색다르게 책상에 엎드려 자려고 준비하는 도중, 찬열이 사장실 문을 열고 들어와 물었다. "사장님! 디오 씨 촬영하는 곳 가보실래요?" @ "짜잔~ 요기 배큥이가 와쏘요~" "……승환 형, 저 물건 좀 버려주세요." 승환은 티격태격하는 둘이 그저 귀여워 허허 웃기만 할 뿐이었다. (경수는 50.1% 진심이었다.) 오전 촬영은 긴장도 안 하고 자연스럽게 잘 마쳐서 점심을 기분 좋게 먹은 것까진 좋았는데… 깐죽 비글이 오후 촬영장에 나타날 줄이야……. 툴툴거리지만 경수는 응원나온 제 친구가 내심 기쁜지 하트 입술로 백현의 장난을 다 받아주었다. 그런 둘을 여전히 아빠..
경수는 또 불려온 사장실에서 한숨을 쉬었다. 이번엔 무슨 일이지? 그래도 나름 사장실에 왔을 때 절반 이상은 좋은 소식이었는데도 이젠 사장실이 가기 싫은 곳 중 한 군데가 되어버렸다. 승환은 금요일에 비해 급격하게 퀭해진 경수의 눈을 보며 얘가 야동이라도 본 건가 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사실 그 원인은 다름 아닌 종인이었다. 금요일에 그렇게 매정히 백현의 전화를 끊은 뒤, 경수는 연습실에서 데뷔곡을 연습하고 바로 집으로 향했다. (종인에 대한 생각은 개미 눈꼽만큼도 하지 않고 있었다.) 씻고 앨범 수록곡들을 듣고 침대에 누워 잠에 들려는 순간 경수는 이불에 하이킥을 하며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앉았다. '헐. 그노무 사장을 잊다니.' 끙끙 거리다가 겨우 잠들었더니 꿈에 종인이 나와서 '디오 씨가 날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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