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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학교 호구와트

플라주(FLAGE) 2016. 5. 23. 23:17
마법학교 호구와트 (w. kamongflage)
KAI x D.O.
Thanks for 보리







디오는 카이가 싫었다. 아니, 정정하자. 카이의 ‘더듬이 머리’가 싫었다. 항상 졸린 듯 팅팅 부은 눈을 하고서는 그 더듬이 머리로 감정을 표현하는 게 거슬렸다. 딱딱한 표정 때문에 오해를 자주 받는 타입이어서 어쩌면 그 머리가 부러운 것일 수도 있지만, 거슬리는 건 거슬리는 거였다.


  "디오?"


단 두 음절과 끝이 올라가는 억양만으로는 보통 사람이라면 그 뜻이 다 전달되기 어렵다. 하지만 카이는 정수리쪽 머리카락이 물음표로 변함으로써 그 뜻을 명확히 전달할 수 있었다. ‘디오, 무슨 생각해?’ 디오는 괜히 고서를 휙휙 넘겼다. 가위를 불러내서 저 머리카락을 자르고 싶었다. 싹뚝.


  "디오오…"


이번엔 머리카락이 마구 흩뜨러져 가시넝쿨 같은 꼴이 되었다. ―물론 이번에도 정수리 부근만 말이다― '왜 대답 안 해줘?' 디오는 카이를 홱 째려봤다. 학년이 올라가고 카이와 룸메이트가 되면서 그게 고유 마나 때문이고 카이 자신도 어쩔 수 없다는 걸 알게 됐다. …그래도 거슬리는 건 거슬리는 거였다.


  "디오오오~"


빠각! 도서관에 있던 학생들이 일제히 고개를 돌렸다. 카이는 정수리를 부여잡고 낑낑대고 있었고 디오는 고서를 들고 씩씩거리며 자리를 뜨고 있었다.



***





마법학교 호구와트의 입학 가능 기준은 딱 한 가지이다. 고유 마나의 유무. 고유 마나는 마법을 부릴 수 있게 하는 기반으로서 그 종류는 다양하다. 물, 공기 등을 다룰 수 있는 자연 속성의 마나부터 계약자 사이의 룰을 만들어 내는 마나, 가상 공간에 물체를 옮길 수 있는 마나까지 그 속성과 기능은 상상을 뛰어넘기도 한다. 호구와트는 자칫하면 위험할 수 있는 마나를 관리해 주고 마나를 다루는 법도 가르쳐 주는 교육 기관인 것이다.

카이와 디오를 굳이 분류해 보자면 침묵 속성의 마나 보유자들이다. 카이는 감정의 침묵이 정수리 머리로 드러나는데 반해 디오의 생각의 침묵은 드러나지 않지만 발현되는 데에 차이가 있을 뿐이다. 쉽게 말하자면, 카이는 감정만이 머리로 드러날 뿐 마법은 소리로 내뱉어야 하고, 디오는 마법을 생각만으로도 부릴 수 있지만 감정은 겉으로 표현해야 드러나는 것이다.

문제는 위와 같은 점에서 일어난다. 카이의 머리는 동급생들과 교수들에게 귀여움을 받기 때문에 항상 관심의 대상이다. 그래서 카이는 말을 하지 않아도 오해 받을 상황이 딱히 생기지 않았다. 그리고 디오도 카이처럼 말이 많은 편이 아니다. 그런데 디오는 표정도 무표정이 대부분이다 보니 싸가지가 없다, 재수 없다는 오해를 달고 산다.
같은데 다른 종인이, 경수는 미웠다.



***





경수는 침대에 엎드린 채로 고서를 뒤적거리다가 ‘꽃’ 카테고리에서 손을 멈췄다. 그리곤 책을 들어올려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하키나키 병: 사랑에 빠진 상대를 마주치면 꽃잎을 토해내게 됨.」


  “이거다.”


디오는 책에 써져 있는 주문을 중얼중얼 읊으며 카이가 하키나키 병에 걸릴 걸 상상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유치하게 꽃을 토해내게 되면 엄청 창피해 하겠지? 그게 소문까지 나면 엄청 더 괴로울 거야! 디오는 주문이 익숙해지자 씨익 웃으며 카이가 오늘 몇 시에 들어오는 날이었는지 기억을 더듬어 내려갔다.



***





카이는 누가 업어가도 모를 정도로 깊게 자고 있었다. 자는 와중에도 정수리는 끊임없이 모양을 바꿔갔다. 물음표였다가 느낌표였다가 아주 난리다. 디오는 슬금슬금 카이 곁에 다가가 뚱하니 바람에 움직이는 새싹 같은 머리를 쭉쭉 잡아당겼다. 이깟 머리카락따위. 아예 뽑아버릴까 고민하다가 나중에 카이가 느낄 창피함을 위해 애써 그 고민을 누르고 손을 털었다. 온갖 마법으로 소문 하나는 기가 막히게 빨리 퍼지는 이 학교에서 나중에 카이가 겪을 쪽팔림이 벌써부터 기대됐다. 디오는 눈을 감고 속으로 하키나키 병에 관한 주문을 외웠다. 연한 분홍빛이 카이의 주위를 감싸더니 곧 카이의 입안으로 사라졌다. 디오는 호구와트에 입학한 이후 처음으로 하트 웃음을 남발하며 자신의 침대로 돌아가 잠을 청했다.



***





  "아씨. 얘 왜 안 일어나? 주문이 잘못될 리 없는데."


아직도 수면 나라인 카이 때문에 디오는 짜증이 났다. 애가 일어나야 쪽팔림을 구경하든 다른 방법을 강구해보든 할 텐데 도통 일어날 생각을 않고 있다. 팅팅 부은 눈을 손가락으로 눌러버리고 싶었다. 결국 디오는 카이를 마구 흔들었다.


  "카이! 카이! 카이이!!"
  "어, 어… 어… 응……"
  "일! 어! 나!!"
  "으응……"


정수리는 카이의 졸림을 반영한 듯 부스스함과 Z자 모양을 띠었다. 카이는 눈을 슬며시 떴고, 시야에 익숙한 천장이 아닌 디오의 큰눈이 들어왔다. 카이의 부은 눈이 커졌다. 어, 어……?!


  "디, ㅇ… 푸엣취!!!"
  "……."


분홍색 꽃잎이 흩날렸다.


  "뭐, 뭐야? 이거, 내가 뱉었어? 나, 나, 병이야…?"
  "……."
  "디오오…"
  "비켜!!"


디오! 디오!! 알려줘야지이이! 디오는 발을 쿵쾅거리며 귀를 빨갛게 물들인 채 방안을 빠르게 벗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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