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햅삐니쓰 (4차 찬백 전력)

플라주(FLAGE) 2016. 5. 23. 23:20

[쪼끄만 남자 아기랑 아빠가 전철에 탔는데 너무 귀엽다ㅠㅠㅠ
아빠: 깨물어도 돼?
아기: 앙대…
아빠: 박치기 해도 돼?
아기: 아앙대…
아빠: 뭐 해도 돼?
아기: 뽀뽀해도 돼. '-'*
아빠: …뽀뽀해도 돼? '-'*
아기: 해도 돼~
(쪽쪽쪽)]


백현은 SNS에서 뜨거운 반응과 함께 열심히 돌려지고 있는 글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활자로 보고 있을 뿐인데도 왠지 모르게 굉장히 익숙한 말투였다. 짐작 가는 인물들이 있었지만 혹시 몰라서 댓글을 살펴봤다. 역시나 아빠에 대한 인상착의도 올라와 있었다.


[생긴 대로 논다더니. 말투처럼 아빠랑 아기 둘 다 대박 귀여웠어요. 아빠는 귀 때문인지 요정처럼 생겼고 아기는 걍 요뎡....☆ 내게 장가오지 않으련....? (철컹철컹)]


  "이거 분명 박찬열…"
  "나 불렀엉, 여봉?"
  "이 시키야!! 이게 몇 번째야!!"
  "아! 왜왜! 아파!!"


백현은 찬열의 귀를 쭉쭉 잡아당기며 '이 망할 놈의 귀!!'를 외쳤다.





햅삐니쓰 (w. kamongflage)
for 4차 찬백 전력 [자유]
Thanks for 찹쌀, 스커트







이런 식으로 올라오는 부자(父子) 사연은 많았다. 이 조그만 한반도에도 수많은 부자가 있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문제는 동일 부자에 대한 사연이 자주 올라온다는 거다. 귀가 요정처럼 생긴 젊은 아빠와 그냥 요정 같은 상귀요미 아들. 그리고 그 젊은 아빠는 매우, 상당히, 아주 아들 바보였다. 여자들이 보면 '자식 사랑이 훌륭한 아버지'이지만, 남자들이 보면 '그냥 미친놈'인 그런 케이스. 눈팅 SNS의 달인인 백현은 뒷목 잡기 일보 직전이다. 그 아빠가 제 남편이고, 그 아들이 제 아들이니까. 한두 번이야 넘치는 사랑으로 포용해줬지만, 이건 뭐. 하도 자주 올라오는 목격담에 파파라치가 붙은 줄 알았다.


  "찬현아! 박찬열! 밥!!"
  "맘마아!"
  "배켜나~"


1m도 안 되는 아들은 다리에 대롱대롱, 2m에 가까운 남정네는 등에 대롱대롱. 백현은 침대에 뻗고 싶었다. 피곤해. 이건 전쟁임에 틀림없어. 어제 오랜만에 만난 동창들하고 거나하게 달렸더니 매일 겪는 흔들흔들 애교인데도 죽을 것만 같았다. 속 쓰려… 어지러워… 아아… 백현은 쳐진 눈을 더 내린 채로 흐물흐물 찬열과 찬현의 올가미를 벗어났다. 그리고 좀비 상태인 그대로 침대에 기절했다.

찬열은 살짝 열린 방문 사이로 백현을 보고는 고개를 저었다. 오늘 찬현이 케어는 내가 해야겠다. 오이는 안 먹는다고 빽빽 우는 찬현이를 리락쿠마 인형으로 겨우 달래고 얼른 옷을 입히려니까 이번엔 드라마를 보겠다고 말썽이다.


  "아빠. 잠깐마안. 저것만 보구…"
  "아들. 저 드라마가 그렇게 재밌어?"
  "응응."


  「당신!! 감히 날 두고 그럴 수 있어?!」
  「그럴 수 있어! 우린 이제 끝이야!!」


…못 보게 해야겠어. 찬열은 오늘 마트에 가서 또봇 DVD를 사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근데… 엄마는?"
  "엄마 어제 술 먹고 뻗음."
  "글쿠나. 아빠! 안 보여어!"


찬열은 더욱 필사적으로 TV화면을 덩치로 막았다. '아빠아아악!!!' 백현은 베개로 귀를 덮으며 다시 생각했다. 전쟁이야, 이건…….





***







  "응. 아빠. 응. 엄마 술 깬 거 같아. 유치원에 데리러 왔어. 지금 마트왔어. 엄마? 알았어. 엄마! 전화!"
  "어어. 속? 괜찮아. 만날 가던 데 갈 건데. 응. 거기로 와. 어엉."


찬현은 백현의 뺨에 대주고 있던 휴대폰을 떼고는 화면에 둥둥 떠다니는 물방울들을 마구 눌렀다. 열정적인 화면 터치에 식겁하다가도 백현은 그새 오른 과자 값에 더욱 식겁했다. 뭐가 이렇게 비싸? 한 손에는 과자 봉지를 들고 한 팔에는 찬현이를 안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이 과자 하나면 찬현이의 편식을 회유로 고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러기엔 아직 못 본 가스비가 걱정되고. 이마에 주름이 생기려 하자 찬현이는 백현의 이마를 빡빡 밀었다. 엄마 이마에 줄이 생기는 건 별로 안 예뻤다. 아빠는 뭐든 안 예쁘냐며 마르고 닳도록 엄마 칭찬을 하곤 하지만, 찬현이가 보기에 주름이란 건 안 예쁜 거였다.


  "찬현아아! 백현아아!"
  "어? 아빠다! 오왁!! 리락쿠마!!"


찬현이는 찬열이 카트와 함께 갖고온 리락쿠마 인형을 안으려 백현의 품에서 뛰어내렸다. 무려 하와이 의상을 입은 리락쿠마와 빨간 망토를 두른 리락쿠마였다. 크기도 엄청났다. 아빠는 대단해!! 잽싸게 하와이 리락쿠마를 품에 안고 엄마 백현을 쳐다봤지만 백현은 카트에 찬열이 넣은 물품들을 훑어보고 있었다. 유치원 친구들이 말하던 아줌마 본능을 발휘하고 있는 백현을 보며 찬현은 뿌우뿌우 거렸다.


  "엄마아."
  "안돼. 제자리에 갖다 놔."
  "왜!!??"
  "왜!!??"


인형을 제대로 보지도 않고 안 된다고 하는 백현에게 부자는 동시에 대답했다. 백현은 그제서야 카트에 팔을 기댄 채 똑같은 포즈로 옷만 다른 인형을 안고 있는 둘을 뚱하게 바라봤다.


  "집에 많잖아…"
  "엄마, 이건 집에 없는건데!?"
  "내 돈으로 살 건데?!"
  "……."


리락쿠마 옷만 따로 안 파나? 저 인형은 뭐 끝없이 시리즈가 나오는 거야, 왜? 대체 왜?! 백현은 반짝반짝 빛나는 네 개의 눈동자를 차마 어찌하지 못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아침보다 눈이 더 쳐지는 것 같았다. 점점 더 강아지에 가까워지는 것 같아, 내 눈…….





***







리락쿠마를 포함한 무거운 짐들은 배달시키고 우편함에 꽂혀있는 청구서를 꺼내들었다.


  "뭔 가스비가 이렇게 많이 나왔냐…"
  "찬현이 아빠도 주는 거야? 아~"
  "요기."


백현의 어깨에 기댄 채로 양갱을 찬열의 입에 넣어주며 찬현은 하품을 했다. 졸려어… 찬열은 지금 당장 휴대폰을 꺼내들어 이 모습을 사진 찍어두고 싶었지만, 찬현이가 또 찡찡거릴까 봐 차마 찍지 못했다. 백현의 품에 안긴 채로 찡찡대면 저보다 백현이 피곤할 게 뻔했다.


  "백현아."
  "어어. 왜? 내가 난방을 언제 이렇게…"
  "뽀뽀."
  "…야. 찬현이 보는데…"
  "그냥 해, 엄마… 나도 다 컸엉…"
  "찬현이도 하라잖아~"
  "…몰라."


몸을 돌려 성큼성큼 엘리베이터로 향하는 뒷모습에서 빨갛게 익은 귀를 보며 찬열은 몸서리쳤다. 너무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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