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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2차 카디 전력)

플라주(FLAGE) 2016. 5. 23. 23:18



  "하아­…"


숨을 옅게 내쉬고 눈을 천천히 떴다. 커튼 사이로 들어오는 얇은 한 줄기의 빛조차 익숙하지 않았다. 나는, 뭐지?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처음 보는 이가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아니, 처음 보는 게 아냐. 무의식적으로 깨달았다. 나와 연관되어 있어. 혈관이 꿀렁거렸고 손에 경련이 일었다.


  "디오."


카이다. 분명 카이야. 누구에게도 들은 적 없는 이름이지만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깨닫기도 했다. 그를 죽여야 해. 목을 뜯어내거나 심장을 뚫어버려야 해. 그는 고개를 꺾고는 피식 웃었다. 분명 내 손이 떨리는 걸 본 걸 거야. 죽여야 해.


  "이리 와."


디오는 자신에게 뻗힌 팔을 쳐내고 목을 비틀어 꺾어버렸다. 쿵하는 소리가 울렸고 디오는 가슴을 부여잡은 채로 창 밖으로 뛰어내렸다.





 (w. kamongflage)
for 2차 카디 전력 [기념일]







  "이름은 김종인이고 이미 알겠지만 전학생이다. 너희 다 찌질한 건 담임인 내가 제일 잘 아니까 괜한 텃세, 허세 부리지 말고. 알겠나?"
  "에이, 쌤도 참. 저희가 뭘요!"
  "입들 다물고. 빈 자리 보이지? 저기 가서 앉아라."


'경수'는 미간까지 찌푸려가며 전학생 종인을 쳐다보았다. 시력은 인간이 규정한 2.0을 훨씬 넘기 때문에 굳이 그러지 않아도 매우 잘 보인다. 하지만 믿기지 않는 모습에 믿고 싶지 않아서 그래보았다. 김종인이란 애는 카이와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경수는 슬쩍 명찰을 떼어냈다. 자신이 쓰고 있는 인간 이름은 '도경수'인데 성을 'D.O.'에서 따온 것이었다. 김종인이 카이일 지 아닐 지는 모르지만 그와 자신 사이의 연결 고리를 가리고 싶다. 이미 자신 자체가 연결 고리이지만.


  "야, 도경수."
  "왜."
  "벌써 뉴페이스에게 빠졌냐? 뚫리겠다."
  "아닌데."


앞자리에 앉아있는 뒷통수가 돌려지려고 하자 책상에 엎드려 눈을 감았다. 뚫리겠다가 아니라 뚫릴 거야. 내가 카이의 심장을 뚫어버릴 거야.





***







경수는 건물 위를 걸어다니며 하굣길의 종인을 지켜봤다. 카이는 자신이 눈을 뜨자마자 죽였으니 종인의 행동이 카이의 것과 같은 지는 알 수 없지만, 알 수 있었다. 카이가 다시 태어난 게 맞아. 자신의 피들이 반응을 했다. 혈관들이 날뛸 때마다 손목을 찢고 찢어 피를 빼냈다. 이렇게라도 해야 카이와 멀어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뱀파이어 혹은 흡혈귀라는 이름의 괴물 같은 몸은 그 상처마저 쉬이 낫게 하지만 말이다.


  "카이."


종인이 하늘을 홱 올려다보았다. 자신의 목소리가 들렸을 리가 없는데도. 경수는 몸을 돌려 자신의 집으로 향했다.


  "죽일 거야, 카이."


몇 주간의 미행이 헛되지 않도록 꼭 네 목과 심장을 또다시 뚫어버릴 거다.





***







야간 자율 학습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종인은 서늘함에 교복 자켓을 더 여몄다. 영하로 내려간다고 하진 않았던 것 같은데. 이불 속에서 몸을 녹일 생각을 하며 보폭을 늘렸다. 그리고 경수는 골목을 지나다니는 종인의 뒤를 쫓았다. 상당한 거리를 사이에 두고 있지만 경수에겐 종인의 목이 너무도 크고 뚜렷하게 보였다. 더불어 그의 심박도 귓가에 머물렀다. 죽여야 한다는 무의식의 외침에 온신경을 집중하고 있었다.


  "…너. 왜 따라와?"


경수는 인간이라면 불가능한 의심에 빠른 속도로 다가가 손바닥을 종인의 왼쪽 가슴에 대었다.


  "너. 인간이 아니야?"
  "무슨 소리야."
  "심박 보니 인간이긴 한데. 그래도 죽이려고."
  "뭐?"
  "너 죽인다고."
  "뭔 개소, 컥!"


종인을 벽으로 밀치고 날카로운 이로 목을 단숨에 뚫었다. 어차피 인간이니 피를 다 말려 죽인 후 목과 심장을 뜯어낼 생각이었다. 종인의 손이 부들부들 떨리며 경수의 뒷머리를 자신에게로 더 당겼다. 뭐지? 이상함에 경수는 얼굴을 떼어내려 했지만 엄청난 악력이 그 행위를 저지하고 있었다.


  "안녕, 디오?"


젠장!! 디오는 발버둥을 쳤지만 '종인'에게 아무런 위협이 되지 않았다. 이대로 가다간 자신의 피가 종인의 피를 말리는 게 아니라 괴물의 피로 융화시킬 터였다. 역겨운 전개에 디오는 손톱을 세워 종인의 가슴에 박고 가로로 쭉 그어버렸다. 줄줄 흐르는 피를 보며 종인은 웃음을 터뜨리며 자신에게서 떨어진 디오를 노려보았다.


  "그거 알아?"
  "닥쳐."
  "오늘. 네가 첫 숨을 뱉었던 날이자 내가 죽었던 날이야."
  "닥치라고!"
  "그리고 그 반대가 될 날이기도 하지."


아문 상처를 쓸어보고는 디오에게 달려들어 목을 조르며 카이는 송곳니를 세웠다. 디오는 자신이 카이를 이길 수 없음을 자각했다.


  "말뚝 박혀 죽지 않는 이상 우린 사라지되 사라진 게 아냐. 잠든 거지. 죽은 척."
  "그럼 나한테 말뚝인지 뭔지 박으면 되겠네, 이 개 같은 새끼야."
  "아니? 넌 다시 이날 날 찾아와 날 죽여야지. 안 그래? 우리의 기념일이잖아? 모체를 죽이는 바람에 심장이 으스러지는 거지 같은 고통을 맛보는 날."


디오의 목은 뜯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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