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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ng

Sponsor(스폰서) 07

플라주(FLAGE) 2016. 5. 24. 12:47

종인은 마지막 서류에 서명을 하고 늘어지게 하품을 했다. 점심 때 상추를 먹어서인지 평소보다 배로 졸린 것 같았다. 할 일은 다 마쳤으니 오늘은 색다르게 책상에 엎드려 자려고 준비하는 도중, 찬열이 사장실 문을 열고 들어와 물었다.


  "사장님! 디오 씨 촬영하는 곳 가보실래요?"



@





  "짜잔~ 요기 배큥이가 와쏘요~"
  "……승환 형, 저 물건 좀 버려주세요."


승환은 티격태격하는 둘이 그저 귀여워 허허 웃기만 할 뿐이었다. (경수는 50.1% 진심이었다.)

오전 촬영은 긴장도 안 하고 자연스럽게 잘 마쳐서 점심을 기분 좋게 먹은 것까진 좋았는데… 깐죽 비글이 오후 촬영장에 나타날 줄이야……. 툴툴거리지만 경수는 응원나온 제 친구가 내심 기쁜지 하트 입술로 백현의 장난을 다 받아주었다. 그런 둘을 여전히 아빠 미소로 지켜보던 승환은 막 도착한 문자를 보고는 경수를 다급하게 불렀다.


  "경수야, 경수야."
  "네, 형. 왜요?"
  "그, 그… CS 사장님하고 비서님 오셨대, 여기."
  "…네?"
  "헐. 대박. 나도 볼래, 그 사장님!"


'일단 기다려. 형이 모시고 올게.' 승환은 경수와 백현에게 꼼짝 말고 가만히 있으라고 당부하고 대기실을 나갔다.

경수는 굳은 채 눈만 굴리고 있었다. 왜, 왜 오는 거지…? 나, 나 아무 말도 안 했는데…? 긴장한 듯한 경수의 모습에 백현은 씨익 웃으며 무릎을 탁탁 쳤다.


  "스폰서라서 온 건가 보지."
  "그, 그런가?"
  "아니면 심심했거나? 뭐가 됐든 어차피 오늘이 너한테 되게 중요한 날이니까 온 듯?"


그제서야 경수가 숨을 편안하게 내뱉자, 백현은 다시 장난기가 발동했다.


  "울 싸장님도 안 오셨는데~ 네가 그 싸장님한테 되게 소듕한 존재인가 봐앙."
  "…야."
  "잇힝. 아잉. 부끄러. 혹시 그 사이에 널,"
  "야!! 네 후속곡 망하라고 저주해 버린다, 변밤바야!!"
  "오. 경수 씨 무섭네요."


헉. 갑자기 끼어든 낯설지 않은 목소리에 경수의 목이 휙 돌아갔고, 문에는 찬열과 종인이 서있었다. 찬열은 TV에서만 보던 촬영장에 실제로 와보니 신기하다며 대기실을 두리번거렸고, 종인은 휙휙 걸어들어와 빈 의자에 털썩 앉았다. 경수는 슬금슬금 종인에게 다가가 꾸벅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사진 잘 찍어요."
  "네? 네네."
  "…옷, 이상하죠?"


어? 그때서야 경수는 종인과 찬열이 정장이 아닌 평상복을 입고 왔단 걸 눈치챘다. 자신을 훑는 경수의 눈이 왠지 부끄러워 종인은 야상의 모자를 써서 얼굴을 털에 묻어버렸다. 그런 종인을 본 경수는 갑자기 우울해져버렸다. 이 앨범 모델, 사실은 내가 아니라 종인과 찬열이 아닐까. 그만큼 둘의 비주얼이 뛰어났다.

찬열은 나란히 앉아있는 종인과 경수 곁에 와서 입을 열었다.


  "스폰서라고 소문 나면 좋을 게 없어서 수트 말고 다른 옷 입고 온 건데, 나쁘진 않죠?"
  "네…"
  "경수 씨 친척이라고 속이고 들어온 거니까 호칭 조심하셔야 해요."
  "피가 섞였다기엔 키나 어깨가 너무…"
  "야."


누가 들어도 백현의 깐죽거림이라 경수는 시선도 주지 않고 말을 막았다. 가뜩이나 뭔가 진 기분인데 쟤는 또…….


  "아까 들어보니까 가수이신 것 같던데… 친구 분인가요?"
  "네. 아, 쟤는 다 아는데, 어디 가서 말할 애는 아니에요!"
  "그런가요? 그럼 소개 좀 부탁드릴게요."
  "데뷔한 지는 1년 됐고 변백,"
  "훈입니다."
  "뭐라는, 너 그 종이 가방은 뭐…"
  "프라이머리 선배님처럼 이게 컨셉인 변백훈입니다."


종인은 모자를 뒤집어 쓴 채로 멀뚱히 종이 가방을 뒤집어 쓴 백현을 쳐다봤고, 찬열은 변 씨가 흔한 성이었나 생각했다. 이 상황이 어이가 없는 경수가 짜증을 내며 종이백을 휙 벗겨버리고 찬열에게 다시 소개를 해주었다, 변백현이라고. 문이 열리자마자 찬열을 알아본 백현과 이제서야 백현을 알아본 찬열 사이에 묘한 침묵이 흘렀다. 어떡하지, 어떡하지! 백현은 멋쩍게 하하하… 웃을 뿐이었다. 여전히 털에 파묻힌 채 하품을 쩌억 하던 종인은 경수를 툭툭 치고 말을 건넸다. '밖에서 부르는 거 같은데.' 경수는 고맙단 인사를 하고 대기실 밖으로 나갔고, 종인은 심심해서 그 뒤를 따라나갔다. 둘만 남자, 찬열은 멋드러지게 웃으며 두 입술을 열었다.


  "백현이 넌 나랑 얘기할 게 남았지?"



@





  "아. 맞다."


준면이 소속 가수들 일정을 정리하다 말고 영혼 없이 손바닥을 맞부딪쳤다.


  "경수 앨범 손 모델을 깜빡하고 안 구했네. ……스텝 중 한 명 쓰겠지."


별일 아니라는 듯 다시 일정 정리를 하기 시작했다.



@





경수는 자신을 졸졸 따라오는 종인을 알아채고 뒤를 돌아 걱정스럽게 물었다. '기사 보니까 얼굴 많이 알려져 있던데… 알아보지 않을까요?' 종인은 고개를 갸웃하다가 아- 하고 영구 박 터지는 소리를 냈다. 그리고 90%는 못 알아볼 거라고 괜찮다고 했다.


  "왜 못 알아봐요?"
  "언론에 노출될 만한 곳에는 항상 정장에다가 머리를 넘기고 가서 그런가… 머리 내리고 이렇게 입으면 아무도 못 알아보던데…"
  "아… 그럴 것 같아요."


경수는 고개를 끄덕이고 자신에게 손짓하는 스태프에게 도도도 달려갔다. 종인은 멀뚱하니 뺨을 긁적이다가 모자를 젖히고 아까 잠깐 본 매니저 승환의 옆에 가서 섰다. 승환은 누군지 확인하고는 바짝 긴장했지만 종인은 곰곰이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나랑 되게 친한데 날 못 알아본 사람이 있었는데. 누구더라?


  "아!"
  "어? 어디 아프세요?"
  "아뇨. 짱아랑 몽구가 절 못 알아봤어서요."
  "…애완견 이름인가요?"
  "네."


예전에 집에서 바로 행사장으로 가야 했었던 적이 있다. 그때 정장을 입고 머리를 넘기고 나와 평소처럼 몽구와 짱아에게 다녀오겠다고 인사를 했다. 그런데 그 둘은 종인에게 으르렁 거릴 뿐, 평소처럼 달려와 앵기지 않았다. 그 뒤로 종인은 집에서 절대 머리를 넘기지 않는다.

몽구와 짱아를 생각하니 그 둘이 보고싶다는 생각을 하다가 종인은 스태프에게 촬영 설정을 열심히 듣는 경수를 쳐다보았다. 어쩐지 다람쥐를 닮은 것 같기도 하고……. 승환은 그런 종인을 흘끔 보다가 말문을 열었다. 사실, 승환은 심심했다.


  "디오 1집 컨셉이 첫사랑에 빠진 대학생이에요. 벌써 아시려나? 오전에는 카페에서 여자친구를 기다리면서 설레하는 모습을 찍었고, 지금은 집에서 여자친구를 생각하다가 수줍어하는 컨셉이에요. 그러다 애인이 와서 손을 잡고 부끄러워 하는… 헉."
  "음? 왜 그러…"
  "감독니임!! 손 모델이 없어요!!!"


승환은 종인이 붙잡을 새도 없이 감독에게 뛰어가버렸다.  혼자 서서 뻘쭘하게 승환과 감독과 경수가 부산스레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다 또다시 심심해져서 그쪽으로 발을 옮겼다. 다른 의도가 있다기 보다는 정말로 단순하게 지루해서 가는 것이었다. 무슨 상황인지 듣는 게 덜 지루할 것 같았기 때문에.


  "내가 준면 씨한테 그 손이 중요하다고 신신당부를 했는데! 그걸 잊다뇨!"
  "정말 죄송합니다. 사장님이 요새 일이 많으셔서 잊어버리셨나봐요. 어떻게 급한대로 여자 스텝분들 손이라도…"
  "안 됩니다! 여기서 이 손이 다양하게 해석돼야 해요. 여자 손,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동성 친구 손, 남자 손! 어떤 손이냐에 따라 해석이 다르니까 셋에 만족하는 손을 꼭 찾아야 한다고 내가 그렇게 당부를!"
  "가, 감독니임!"


경수는 점점 심각해지는 분위기가 당황스러워져서 다급하게 감독을 불렀고, 승환과 감독은 대화를 잠시 멈추고 경수를 쳐다보았다. 이걸 어떻게 무마해야할지 고민 중에 경수는 자신의 옆에 종인이 왔다는 걸 깨닫고는 다급하게 말을 이어갔다.


  "조, 종인이가 제, 제 친척 동생인데 소, 손이 예뻐요! 이것 보세요!"


사실 종인의 손을 본 기억도 없지만, 경수는 될대로 되란 식으로 종인의 손목을 붙잡아 감독 앞으로 척 내밀었다.


  "……."


으아. 망했어…! 감독은 한참 말이 없었다. 이게 뭔 일인가 싶어 종인이 손을 꿈틀거릴 때였다.


  "그래! 이런 손이야! 디오 씨 안목이 좋네!!"
  "하, 하하! 그, 그렇죠? 조, 종인아 부탁할게!"
  "……?"


이게 무슨…? 종인은 찬열을 불러내고 싶어졌지만, 애절한 경수의 눈을 보고 입을 꾹 다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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