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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nsor(스폰서) 06

플라주(FLAGE) 2016. 5. 24. 12:46

경수는 또 불려온 사장실에서 한숨을 쉬었다. 이번엔 무슨 일이지? 그래도 나름 사장실에 왔을 때 절반 이상은 좋은 소식이었는데도 이젠 사장실이 가기 싫은 곳 중 한 군데가 되어버렸다. 승환은 금요일에 비해 급격하게 퀭해진 경수의 눈을 보며 얘가 야동이라도 본 건가 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사실 그 원인은 다름 아닌 종인이었다.

금요일에 그렇게 매정히 백현의 전화를 끊은 뒤, 경수는 연습실에서 데뷔곡을 연습하고 바로 집으로 향했다. (종인에 대한 생각은 개미 눈꼽만큼도 하지 않고 있었다.) 씻고 앨범 수록곡들을 듣고 침대에 누워 잠에 들려는 순간 경수는 이불에 하이킥을 하며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앉았다. '헐. 그노무 사장을 잊다니.' 끙끙 거리다가 겨우 잠들었더니 꿈에 종인이 나와서 '디오 씨가 날 왜 이겨요?'를 무한 반복하질 않나, 그 한 마디가 결국 토요일 내내 환청으로 들리질 않나. 종인이 저 말을 자신에게 한 적이 있나 생각하다가(하려다가 말았었다) 무대에서도 딴 생각할 거냐고 보컬 선생에게 혼도 났다.


  "에휴…"
  "그래. 너도 변백현 때문에 힘들지?"
  "아뇨. 전 그 사… 히엑!!"


무의식적으로 대답하다가 경수는 진심으로 놀라 눈의 흰자 지분을 늘리고 매니저 승환의 팔을 붙잡았다. 들어오자마자 한숨 쉬는 경수에게 엉뚱하게 백현을 언급한 사장 준면의 눈은 경수보다 더 퀭했다. 승환은 또다시 사장님도 주말이라고 야동을 보신건가 라고 생각하다가 어젯밤 백현의 매니저가 열폭하던 걸 떠올리곤 '아…'하고 탄성을 내뱉었다. 그 나잇대 청춘에게 클럽을 알려준 사장님의 잘못이라는 의견이었지만 승환은 아무말 않고 그저 경수의 손을 떼어내기만 했다.


  "백현이한테 무슨 일 있어요?"
  "…너한테도 안 말하고 클럽 가서는 연락이 끊겼다 이거지, 지금?"
  "……네?"


변백현하고 클럽? 머릿속에 물음표를 띄웠다가 통화했던 게 생각이 나서 경수가 입을 열려고 했지만 준면이 좀 더 빨랐다.


  "그건 네 얘기가 아니니까 넘어가고. 다음주 화요일에 자켓 촬영할 거니까 월요일에는 집에서 쉬어. 저번에 찍은 B컷하고는 세트장부터가 좀 차이날 거니까 오늘하고 내일 컨디션 관리 잘 하고."
  "컨셉은 지난 번하고 같은 거예요?"
  "어. 첫사랑에 빠진 훈대딩 컨셉."
  "…훈대딩이란 말 쓰지 마세요. 오글거려요…"
  "난 젊으니까 써도 돼."


이 사장님이 뭐라고 하시는 거지. 마땅한 대답을 못 찾은 경수는 눈만 슬슬 굴렸다.


  "장소 섭외가 어려워서 그날 당일에 다 끝내야 해. 오전엔 카페, 오후엔 야외랑 연결된 집 세트장. 그리고 또 중요한 촬영이 있어, 아마 다다음주에. CS 신형 광고. 마음 준비 단단히 해."
  "…네. 아, 혹시 그런 데에 보통 사장님들도 와요…?"
  "그걸 왜 나한테 물어. 네가 직접 물어봐. 별일은 없지? 없는 것 같네. 나가봐."


혼자 물으시고 혼자 답하실 거면 왜 물어보신 거야. 뚱해진 경수는 꾸벅 인사를 하고 나가 연습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승환은 사장실에 남아서 이야기를 더 나눠야 했기 때문에 경수는 혼자였다. 이렇게 고민이 많을 땐 변백이라도 옆에 있는 게 좋은데…….


  "개똥도 약에 쓰일 땐 안 보인다더니. 그말이 딱 맞아."
  "개똥이 나야?"
  "당연히 변백, 으헉!!"


얘는 또 갑자기 어디서 튀어나온 거야!! 경수는 벌렁대는 가슴을 부여잡고 빽 소리를 질렀다.


  "놀랐잖아!"
  "내가 개똥이라니… 백현이 슬퍼염. 흑흑."
  "……."
  "그런데 내가 필요한 거예염? 데헷!"
  "……."


경수가 눈을 찡긋거리며 브이까지 날려대는 백현을 걷어차려는 순간, 저 멀리서 웬 고함 소리가 들려와서 행동을 멈추었다.


  "벼언-!! 배액-!! 혀어언-!!! 이노무 자식!!"
  "헉."


그렇게 엑스오 컴퍼니 내에서의 준면과 백현, 둘만의 술래잡기가 시작되었다.



@





  "forgive me 거어- 어어- 어어얼-!!!"


스트레스에 못 이겨 경수는 저번과 같이 쉬즈곤(She's gone)을 부르고 있었다. 다만, 그때와 다른 점이 있다면 마이크 역할이 백현의 머리가 아니라 볼펜이라는 것이다. 하이라이트 부분만 여섯 번째 반복되고 있을 때 백현이 귀를 막으며 연습실로 들어왔고, 그제서야 경수의 고성방가가 멈췄다.


  "됴륵됴륵아, 화난 건 말로 풀어라, 어? 방음이 됐는데도 밖에서 어엄청 잘 들리더라."
  "아오… 나도 모르겠다."


경수는 볼펜을 뒤로 던지고 바닥에 털퍽 누워 천장을 바라보았다. '야야. 볼펜 같은 거 던져놓으면 보컬 샘한테 혼나는 거 잊었냐?' 백현은 혀를 쯧쯧 차며 볼펜을 주워 피아노 위에 올려놓고 누워있는 경수 옆에 털썩 앉았다. 아까는 토 나올 뻔한 애교도 막 부리더니 지금은 또 조용하자 경수는 백현을 툭툭 쳤다. '사장님한테 많이 혼났어?'


  "어. 대박. 등짝 스매싱이 아주 찰지시더라. 엄청 화끈거려."
  "클럽, 사장님이 알려주셨다며. 그런데 왜 혼나?"
  "어……"


…이건 또 뭐야. 왜 몸을 비비 꼬고 우물쭈물 거리는 거야. 신인 주제에 첫 1위를 했을 때도 덤덤하던 앤데? 경수는 백현과 마주보고 앉아 의심의 눈초리로 백현을 쳐다보았다. 백현은 '에잉, 몰라~' 따위를 중얼거리다가 경수에게 '앉아서 서울 구경'을 시전당해야 했다.


  "헉헉. 말해주면 되잖아! 볼따구 겁나 아프네!!"
  "진작 말했어야지."
  "그런데 너한테 맞는 게 은근 재미있, 아악!!"


결국 한 대 더 맞았다. 머리를 문지르며 씁씁거리는 백현을 경수는 한심하게 쳐다보았다.


  "엉님이 첫경험을 하셨다."
  "뭐래… 제대로 말해라, 좀."
  "첫 섹스를 하셨다 이 말, 악!! 왜 때려!"


미친 놈, 이 단어만을 내뱉으며 경수는 백현을 때렸다.



@





종인은 분무기에 물을 채우고 자고 있는 찬열의 곁으로 다가갔다. 찬열의 집 비밀번호정도야 당연히 알고 있어서 들어오는 것은 식은 죽 먹기였다. 오히려 분무기를 찾는 데 시간이 더 걸렸다.

종인은 심심했'었'다. 금요일 밤에도 토요일에도. 그런데 찬열은 (사랑하느라, 먹고 자고 싸고 자느라) 전화를 받지 않았다. 물론 종인도 자느라 나름 바빴지만, 심심했었다. 그래서 일요일 아침부터(오전 11시 30분이다. 어디까지나 종인의 기준일 뿐) 이렇게 찬열의 집에 와서 분무기 찾아 삼만리였던 것이다.


  "얍."


칙- 칙- 칙- 분무기 공격에 찬열의 얼굴이 찡그려졌다. 그러나 그뿐, 깨지 않자 종인은 시간 차 공격을 시작했다. 연속으로 다섯 번 뿌리고 1분동안 쉬고, 다시 다섯 번 공격하고 1분간 휴전하고. 종인은 심심하면서 재미있었다.


  "아씨… 뭐야!"
  "나랑 분무기."
  "……."


찬열은 입을 떡 벌리고 종인과 종인의 손에 들린 분무기를 번갈아 보았다. 상황 파악을 마치고 찬열은 붕 뜬 머리를 정리하며 종인에게서 분무기를 빼앗았다. 이건 어디서 찾은 거야… 찬열은 종인이 경이롭다고 생각했다. 찬열 자신은 집에 분무기가 있다는 것조차 잊고 있었기 때문이다.


  "왜 오셨어요?"
  "심심해서."
  "……회사에서 잘 노시잖아요."


심심해서가 말이야, 똥이야? 종인의 부은 눈을 보고 찬열은 생각했다. 자느라 심심했구나.


  "형도 없고 그… 디쩜오쩜인가, 디닷쩜닷인가? 그 사람도 안 오잖아."
  "…디오예요. 그냥 도경수라고 하시지……. 몽구랑 짱아는 어쩌시고…"
  "겨울잠."
  "……."


애완견이 무슨 겨울잠이야…….


  "전화 왜 안 받아?"
  "솔로 탈출하려고요."
  "응? 그걸 왜 해? 필요 없잖아."
  "필요해요!"
  "나랑 사귀잖아, 형은."


뭐?!! 찬열의 큰 눈이 크게 뜨였고 종인은 덤덤하게 말을 이어갔다.


  "뻥이야."


아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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