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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nsor(스폰서) 13

플라주(FLAGE) 2016. 5. 24. 12:52

  「지난 주말 엑스오 컴퍼니의 신인 가수 디오 씨의 쇼케이스에 CS전자의 사장 김종인 씨와 비서 박찬열 씨가 모습을 나타내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회사의 공식적인 자리에만 참석하던 두 기업인이 편한 복장으로 공연을 즐기는 모습에 네티즌의 반응이 뜨겁습니다. 동일 날짜에 공개된 CS전자 신상품 광고에 엑스오 컴퍼니의 가수 백현 씨와 디오 씨가 등장해 CS전자가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이 아니냐는 말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CS전자는 광고 기획 중 사장 김종인 씨와 친하던 디오 씨가 이미지가 어울려 캐스팅된 것이고 백현 씨도 기획 중 캐스팅된 것일 뿐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로써 CS전자는 엔터테인먼트 사업에는 발을 뻗지 않을 것이라는 점과 쇼케이스 참석은 친분 상의 이유라는 점이 밝혀졌습니다. 이상 XBS 윤단지 기자였습니다.」

 

 

 

*

 

 


종인은 찬열의 몫으로 남은 결재 서류들을 훑어보다가 광고 기획팀 신입 사원 채용 건 파일을 빼냈다. 최종 면접을 봐야 할 후보는 두 명인데 두 명 다 뛰어나기 때문에 본래 한 명만 채용하기로 한 계획을 변경하고 싶다는 안건이었다. 종인은 두 후보에 대한 서류를 빤히 들여다보다가 파일을 덮었다. 이러면 인건비 예산이 달라져야 하잖아.


  "형."
  "저 바쁩니다. 못 놀아드려요. 경수 씨도 스케줄 있어서 못 불러요."
  "놀아달라는 거 아닌데."
  "치킨 사올 시간도 없습니다."
  "뭐라는 거야."


찬열은 그제서야 고개를 들어 종인을 쳐다보았다. 웬일로 제 일이 종인의 손에 있음에 큰 눈을 더욱 크게 떴다.


  "그럼 왜 부르셨어요?"
  "광고 기획팀 안건 읽어봤어?"
  "네. 그런데 재무팀 쪽과 아직 얘기가 안 돼서 보류 중이에요."
  "그 면접, 내가 맡을게."


찬열은 귀를 파고 다시 말씀해 달라고 부탁했지만 종인의 지시 사항은 변함 없었다. 대체 왜지? 나야 일도 줄고 좋지만 인재를 우선시하던 게 종인의 방침이었던 것 같은데… 아니면 드디어 속물이 된 거야? 짠돌이? 예산 아끼려는?! 찬열은 앞으로 변화할 CS전자 이미지에 절규했다. 나와 같은 신념의 또다른 회사가 어디더라…



*




두 여자는 면접장에 발을 딛자마자 당황스러움을 속으로 삼켜야만 했다. 사장이 왜 여기에…? CS전자 광고 기획팀 지원 후기들을 보면 사장이 권한을 비서에게 넘겼는지 비서와 팀장만 최종 면접관으로 나온댔는데 오늘은 무려 사장까지 셋이었다. 게다가 여자인 팀장을 제외하고는 꽃미남 둘이라니. 취업에 대한 긴장감과 여자들만의 망상(상사와의 로맨스라든가, 라든가, 라든가)으로 인한 설렘으로 머릿속에서 예상 질문들은 지워지고 있었다.


  "광고 기획팀에 지원하신 분들이니 이번 신제품 광고를 유심히 보셨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는 자신감 넘치는 대답들에 종인은 살짝 공식석상용 미소를 지으며 그 광고가 어떤 것 같은지를 물었다. 이 면접장에 어울리는 질문이긴 하지만 다소 광범위한 질문이었다. 찬열은 만년필을 쥔 종인의 손과 지원서에 적힌 잉크 자국들을 흘끗 봤지만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역시나 알 수 없었다.


  "가수 백현이라는 유명인을 중심으로 일반인들과 같은 일상은 배경으로 함으로써 신형에 대한 친근감, 익숙함과 동시에 고급히라는 느낌을 살린 광고라고 생각합니다."


선수를 놓쳐 패기 점수는 낮겠다는 생각을 하다가 사장이 펜으로 지원서를 톡톡 두드리는 걸 보고 다른 후보는 다른 대답을 해야 한다고 본능적으로 느꼈다.


  "저는 조금 다르게 생각합니다. 일상으로 친숙함을, 연예인으로 약간의 고급을 나타냈다는 생각에는 동의합니다. 그런데 그 광고에는 이제 막 데뷔한 가수 디오도 나옵니다. 광고를 세분화해서 보면 광고 속 일상은 디오 중심으로 돌아가는 느낌이 좀 더 강합니다. 일반인과 연예인의 경계에 있는 디오가 친구인 백현과 동일 제품을 사용함으로 인해 연예인에 좀 더 가까워지는, 즉, 일반인들도 좀 더 고급 제품을 사용함으로 더 특별해질 수 있다는 의미 아닐까요?"


너무 횡설수설했나? 아, 몰라……. 종인의 손 안에서 빙빙 돌려지는 펜을 보며 여자는 땀을 흘렸다.



*




  "두 번째로 대답한 사람 뽑아."
  "왜요? 끝 멘트가 약간 우리 광고를 '당신의 집이 당신을 말해줍니다'로 논란 일으킨 아파트 광고처럼 생각했다는 느낌이 들던데요."
  "광고 의미야 받아들이는 사람 몫이지. 그 사람도 소비자 입장이잖아. 의미 해석보다는 광고 내 인물을 다 알아보고 각 인물에 얼만큼의 분량이 주어졌는지까지 꼼꼼히 확인한 게 드러났잖아. 그런 세심한 면이 광고 기획엔 더 좋은 거 아니야?"
  "그것도 그렇네요. 그럼 전 인사팀하고 기획팀 다녀올게요."


종인의 의견에 감탄하며 남은 일을 처리하러 가던 찬열은 싸한 생각을 문득 했다. 그냥 경수 씨를 알아봐서 붙여준 거 아니야…? 뒤를 돌아 사장실로 향하는 발목을 쳐다봤다. 뼈가 기분 좋은 것마냥 씰룩 거리는 게 어째 내 생각이 맞는 것 같기도 한데. 저 못지 않은 팔불출 기미를 알아차리고는 혀를 내둘렀다.


  "…아니, 그런데 광고가 우리 백현이 중심이라는 게 뭐 어때서? 나 참. 나도 백현이만 보이던데, 뭐!"



*




'어떻게 하지.' 이 다섯 글자는 요새 경수의 머릿속에 상주하고 있다. 음이탈 나면 어떻게 하지? 사인해 달라고 하면 어떻게 하지? 연락했는데 일에 집중하고 있었으면 어떻게 하지? 연락 안 했다고 고백 받아준 거 취소하면 어떻게 하지? 24시간 내내 끝은 '어떻게 하지?'이다. 쇼케이스에서의 고백 이후 둘이 영화관 가서 히어로물고 보고 1일 1인 1닭도 해보는 등 데이트를 틈틈이 했으면서도 늘어나는 스케줄에 경수는 울상이었다.


  "어머. 경수 씨! 저희 또 마주치네요. 이제 말 놔요, 우리. 네?"
  "아… 전 좀… 불편해서요."
  "에이. 저 백현이랑도 친군데!"
  "아, 네…"


뻥 치고 있네. 백현이는 너 싫대. 엄청. 솔직히 말하면 이 여자 때문에 '어떻게 하지' 노이로제가 심해지고 있다. 음악 방송이랑 행사에서 마주치기만 하면 친해지려고 해서 너무 무섭다. 혹시나 해서 백현이에게 말해보니 역시나 이상한 사람이 맞았다. 자기 또래 동료들에게 일단 일이대고 본단다. 더 임팩트 기자랑 아는 사이라서 잘못 처신했다가는 스캔들 나기 쉬우니 조심하라고 어찌나 신신당부하던지.


  '너의 조니니 싸장님이 화나면 상황 완전 깹썽~'


  "하여간 변라이머리…"
  "네? 뭐라고요?"
  "…네?"
  "어머. 제 몸매 때문에 정신 놓으신 거예요? 저 다이어트 한 건 어떻게 아셨어요?"
  "……."
  "솔직해도 돼요. 지금 아무도 우리 신경 안 쓰는데?"


엄마야… 나 어떡해…?



*




  「[더 임팩트 단독] 디오, 데뷔하자마자 연애! 가사 속 첫사랑이 설마? …… 신인 가수 디오(본명 도경수, 22세)가 인기 여가수 FAMA(본명 이파마, 22세)와 지상파 음악프로 대기실에서 밀회를 나누었다. 당시 디오는 다이어트로 더 예뻐졌다는 평을 받는 FAMA의 몸매에 넋을 놓으며 ……(후략)……」


  "……?"


종인은 찬열을 의문스럽게 쳐다봤다. 이걸 나더러 왜 보라는 거야 라는 눈빛에 어휴어휴 탄식했다.


  "경수 씨랑 사귀시는 거 아니에요?"
  "맞는데."
  "글자 안 읽히세요?"
  "다 봤는데."
  "그런데 그러세요?"
  "뭐가?"


종인은 하품을 했다. 지금은 그저 피로곰이 뇌를 뒤덮고 있었다.


  "이런 스캔들이 났는데 경수 씨 서포트 안 하셔도 돼요? 아니, 질투는 하세요?"
  "새로고침 안 해봐도 돼?"
  "네?"


종인은 찬열이 들고온 태블릿 창에서 새로고침을 눌렀다.


  「[이즈패치 단독] 가수 FAMA, 예명대로 불명예 행보 이어가나? … 프로포폴 장기 투약으로 장기 허언증 증세 보여」
  「[변두리 일보 단독] 더 임팩트 기자, 뇌물부터 명예 훼손까지 … 기레기 논란의 핵심 인물 되나」
  「[고조선 일보 단독] 엑스오 컴퍼니, "디오 스캔들 말도 안돼. 악의적 추측 기자에게 고소 취할 것" … 강경 대응 눈길, CS전자도 나설까?」


  "……."
  "나 졸려."
  "어어… 아니, 네…"


…적이 아니라 다행이야. 이 회사에 뼈를 묻겠어. 굳은 다짐 중에 진동이 울려 찬열은 메세지함을 열었다.


  [대박!! 나 스캔들 나도 형이 저렇게 해줘!!! 'ㅅ'!!!]


…뼈를 묻는 정도론 안 되겠군. 앞으론 군소리 없이 치킨 사다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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