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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주(FLAGE) 2016. 5. 24. 12:54

  「[더티패치 단독] 엑스오 컴퍼니, 굿이라도 해야하나? 디오에 이은 백현의 열애!」


  “헐. 대박.”


백현은 연예란 메인에 장신된 자신의 열애설에 입을 쩍 벌렸다. 드디어 나도 열애설이란 게 났어… 감탄을 마치기도 전에 메세지 창을 띄워 빠르게 80바이트를 채워나가기 시작했다.


  [형! 형! 나 드디어 열애설 났어요!!]


수신자는 당연히 지금 열심히 일하고 있을 박찬열 비서님이었다.

 

 

*

 

 


  「[고조선 일보 단독] 여자 연예인들의 몰락? 또다시 불거진 거짓 열애설」
  「[변두리 일보 단독] 엑스오 컴퍼니, “확실한 법적 대응으로 앞으로의 불미스러운 사태 막을 것”」
  「[이즈패치 단독] 가수 백현, “제게 호감을 가져주신 그 분의 감정에는 감사합니다” … 따뜻한 멘트 눈길」


백현은 자신의 이름을 검색했을 때 뜨는 기사들 제목에 흐뭇하게 미소지어 보였다. 점점 어두어지는 화면 밝기에 바보 같은 제 표정이 보여지는 건 제약이 될 수 없었다. 끊임없이 잇힝, 으흥, 흐흐 등의 의성어는 덤이었다. 경수는 썩은 표정으로 거울에 비치는 백현을 쳐다보며 메이크업을 받고 있었다.


  “경수야. 백현이 무슨 좋은 일 있어? 스캔들 난 게 그렇게 좋은가?”
  “그냥 미친 거 아닐까 싶어요.”
  “하긴. 백현이가 저러는 게 하루이틀도 아니고.”


메이크업 담당자는 메이크업 박스를 정리하고는 다른 가수들을 봐주러 가야한다고 급하게 대기실을 나섰다. 쿵 소리를 내며 문이 닫히자마자 경수는 의자에서 일어나 백현의 허벅지를 쫘악 내리쳤다. 하필 의상이 스키니진이라 트레이닝복을 입었을 때보다 더욱 찰진 소리가 났다.


  “아프다고오오오옥!!”
  “아프라고 때렸는데.”
  “왜! 왜!”
  “너 상당히 미쳐보이거든? 별로 좋지도 않은 스캔들 나고는 누가 그렇게 헤헤거리냐! 그 분 감정엔 고맙습니다아 해놓고 웃고 다니면 누가 그걸 좋게 보냐?!”
  “…지도 스캔들 해명 기사 쫙 떴을 때 빙그레 웃어놓고는…….”
  “…….”


경수는 팔을 들어 헤드락을 걸려다가 멈칫했다. 사실이라 딱히 반박할 수가 없는데 괜히 얄미워서 때리고는 싶고. 경수의 버퍼링 걸린 몸짓을 보며 백현은 씨익 웃었다. 내가 이겼지?! 무대 전에 괜히 힘 빼고 싶지 않아서 경수는 백현을 밀어내고 휴대폰을 집었다. 사장님에게 문자가 와있었다.


  [백현이랑 너 천생연분 리턴즈 출연하기로 했어. 백현이랑 같이 있지? 네가 말해.]


  “야. 변백.”
  “왜왜왜.”
  “너랑 나 천생연분 리턴즈 출연한다는데?”
  “누가?!”
  “사장님한테 문자 왔어.”
  “헐. 우리 찬열이 형 어떡해? 질투할 것 같은데!”


분명 문장 자체는 걱정하는 투인데 백현의 표정이나 말투가 전혀 걱정과는 거리가 멀었다. 경수는 또다시 썩은 표정으로 백현을 쳐다봤다. 쟤 또 즐기는 게 분명해. 변백현은 S인 거 보니 비서님은 설마…… 경수는 몸을 부르르 떨며 닭살이 돋은 팔을 문질렀다.







  “감사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트로피를 안은 백현은 축하 인사를 해주는 스태프들과 가수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며 대시길로 향했다. 미우나 고우나 절친인 경수는 덩달아 방싯방싯 거리며 인사를 나눴다. 대기실에 들어가기 직전 백현이와 같이 1위 후보였던 여가수와 눈이 마주쳐 인사를 하려는데 여가수는 상대방이 무안할 정도로 흠칫 놀라더니 쌩하니 사라졌다. 경수는 콧등을 긁었다. 내가 뭔가 실수한 게 있나?


  “됴. 저쪽은 우리가 인사 안 해주는 게 더 고마울 걸?”
  “봤냐?”
  “아마도 우리 스캔들 해결되는 수준이 너무 무서우니까 다 피하는 거지.”
  “아……”
  “피하는 정도가 거~의 에볼라급!”


원래 성격이 낯가림이 심해서 상관은 없었다. 오히려 편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사장님의 문자가 마음에 걸렸다. 천생연분 리턴즈면… 남녀가 이어지는 거 아닌가? 어차피 대본 예능일 텐데 괜히 피해주는 거 아닌가 몰라. 그러나 곧 어수선하게 짐을 가방에 쑤셔넣는 백현을 보며 쯧쯧하고 혀를 차고는 경수는 잠금 화면을 풀어 종인에게 문자를 보냈다.


  [백현이랑 저 여자들하고 하는 예능 나간대요.]


경수는 자신은 종인의 질투를 원하는 게 아니라 그저 사귀는 사이로서 당연히 해야 할 보고를 전하는 것이라고 스스로에게 각인시켰다. 오늘 생방송 무대를 본대서 당연히 답장이 바로 올 줄 알았는데 5분이 지나도 오지 않자 입술을 삐죽이며 백현을 괜히 재촉했다.


  “아, 빨리 챙겨!!”
  “네가 언제부터 빨리빨리를 신경 썼다고 그래! 거~의 한국인급!”
  “그래, 나 한국인이다!”
  “켁, 컥!! 놔야지 챙기직!! 야악!!”


애꿎은 트로피만 백현의 손에서 휘둘러졌다.








  “오늘의 게스트! 요새 핫한 분들이십니다! 천생연분 리턴즈 사상 처음으로 두 분을 엮어서 소개할까요? 가수 디오 씨와 백현 씨!”
  “안녕하세요. 가수 디오입니다.”
  “안녕하세요. 가수 디오 친구 가수 백현입니다!”


여자 게스트들은 물개 마냥 박수를 치며 환하게 웃었지만 사실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었다. 둘의 스캔들 모두 여자 측이 잘못한 거지만, 잘잘못을 가리는 기사가 올라오는 속도와 그 기사의 화법의 깊이가 남달랐다. 왠지 저들과는 손만 스쳐도 안될 것 같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두 분을 함께 모시기 위해서 무리를 좀 했더니 저희 프로그램 사상 처음으로 남자 게스트 수가 여자 게스트보다 많아요. 그래서 이번주는 남남 커플이 생깁니다! 예전에 방송하던 Y맨이 떠오르는데요?”


헐. 개이득. 여자 게스트들은 무언의 눈빛을 주고 받았다.







  “이런! 안타깝습니다! 첫출연에 남남 커플이시라니!”
  “제가 워낙 숫기가 없어서 그런가봐요. 춤도 못 췄고…”


말은 그렇게 했지만 경수는 속으로 안심했다. 여자 연예인들과 호흡을 맞추는 건 생각만으로도 불편했다. 방송이기 때문에 말 없는 척을 하는 백현을 쓰윽 봤는데 한 쪽 볼이 씰룩거리고 있었다. 저 놈 저거… 왠지 비서님 질투나게 하려다가 실패해서 삐친 것 같은데……. 경수는 카메라가 자신들을 비추지 않을 때 백현의 발을 즈려밟으며 복화술을 시전했다. 사고치지 믈르그 했드. 그믄히 이쓰라.


  “킁.”


백현이 경수의 말을 들을 리 없었다.







  “자! 첫번째 게임!! 사랑의~ 머슴!! 바닥에 붙어있는 하트가 보이시죠? 커플끼리 그 하트 위에 올라가시고, 남자 분은 여자 분을 공주님 안기를 해주세요!!”
  “아~ 남남 커플이신 백현 씨와 디오 씨는 가벼우신 분이 들려야 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백현은 한숨을 쉬고 경수를 째려봤고, 경수 또한 한숨을 쉬고 백현을 째려봤다. 왜 하필 얘랑 된 걸까……. 둘은 서로를 머리부터 발 끝까지 훑어보고는 자신이 드는 게 나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백현아, 내가 들게. 너 말랐잖아.”
  “무슨 소리야, 디오야. 나 누텔라 배인 거 몰라? 나 되게 살집 있어. 넌 여자 다리잖아. 내가 들게.”
  “…내가 든다니까, 백현아.”
  “내가 든다니까, 디오야?”
  “…….”
  “…….”


남자들 간의 묘한 신경전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카메라만 아니었어도 헤드락을 걸어서 말 듣게 할 텐데… 경수는 카메라를 흘끗 봤다. 백현은 이때다 싶어 외쳤다.


  “안 내면 안기기! 가위 바위 보!!”
  “오오! 두 분 다 바위!!”


젠장…… 귀도 밝지, 됴도르 이 자식. 백현의 쳐진 눈이 슬쩍 올라가기 시작했다.


  “가위 바위 보!”
  “오오! 역시 절친이시네요! 둘 다 가위!!”


내가 질 것 같냐, 변라이머리 자식아?


  “가위 바위 보!”
  “이번엔 둘 다 보!”
  “가위 바위 보!”
  “…이번엔 가위네요.”

  “가위 바위 보!”

  “가위 바위 보!”

  “가위 바위 보!”

  “가위이!!! 바위이!! 보오!!!”
  “…….”
  “아아악!!!! 이겼어!!!!!!”
  “…….”
  “거봐!! 내가 뭐랬어!! 내가 든댔지?!!”
  “……후.”
  “순순히 안겨라!! 이거 내가 초단위 움짤로 저장해서 다닐 거야!!! 으학학!!”


MC들은 0과 1로 이루어진 것처럼 단음절로 하하하를 내뱉으며 두 분 다 귀여우시다고 하고는 게임을 얼른 시작했다. 어째 오늘 녹화가 길어질 것 같다는 불안함이 뇌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준비하시고요. 시… 작!!”
  “끄, 으응… 훕!”


삐이익!!


  “아~ 백현디오 커플 탈락!!”


누텔라가 제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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