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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주(FLAGE) 2016. 5. 24. 12:49

  "도경수."
  "왜."
  "너 그 곰 열쇠고리 뭐야?"
  "…왜?"
  "말해주면 닳아?"
  "어."


백현은 경수를 미심쩍게 쳐다보았다. 내가 저거랑 비슷한 걸 어디서 본 것 같단 말이지? 그래, 분명 봤어. 하품을 쩌억하며 강아지들 예방접종 때문에 먼저 퇴근하겠다며 나가던 젊은 사장님 손에 저런 게 들려있었다. 내 2.0 두 눈으로 똑똑히 봤다고! 백현은 씨익 웃으며 경수에게 갑자기 엉겨붙었다.


  "내가아 찬열이 형이랑 커플로 뭘 맞출 거거든. 그래서 그런데 그거 어디서 샀어?"
  "…더워. 떨어져."
  "아이잉~ 됴경쑤 니임~"
  "그딴 말할 거면 꺼져."
  "이런 경술 절대 보낼 수가 없어어~"


다른 부분을 맞받아 부르는 백현에 적당한 가사를 찾아 머리를 굴리던 경수는 자신을 부르는 소릴 들었다. 도경수 씨! 씬 넘버 투 곧 들어갑니다! 네! 크게 대답한 경수가 아직도 으흥흥 거리는 백현에게 협박 아닌 협박을 했다.


  "혹시 몰라 경고하는데 잘 들어. 딴 거 사."
  "…치사하다, 진심."


경수는 본인이 이겼단 생각에 하트 웃음을 발사하며 세트 장소로 갔다.


  "우리 경수 쏘 덴져러스."


그리고 백현은 맞받아 불렀다. 젊은 사장님도 쏘 덴져러스!



@




찬열은 다리를 달달 떨고 있었다. 빨리 좀 드세요. 네?! 저 눈에 가득한 잠도 어떻게 좀 하시고…! 불만이야 많았지만 찬열은 한숨을 내쉬고 이내 체념한 눈빛으로 종인을 바라보았다.


  "왜 하필 오늘 비빔밥을 드세요?"
  "…그냥?"
  "저 놀리시려는 건 아니죠?"
  "내가 왜 형을 놀려?"
  "며칠 전부터 계-속 오늘이! 경수 씨랑 백현이 CF 촬영 첫날이라고 알려드렸잖아요… 같이 가신다고 해놓고 점심을 왜이리 천천히 드세요…"


아아… 그렇지, 참. 종인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밥을 한 숟갈 들었다.
속이 더부룩해서 천천히 먹던 건데 저 말을 들으니 갑자기 천천히 먹고 싶어졌다. 거의 매일 붙어있던데 첫 촬영일을 굳이 왜 챙겨? 종인은 인중을 씰룩거렸다. 기분이 뚱할 때 나오는 버릇이었고, 계속 궁시렁대던 찬열은 스치듯 그 모습을 보고는 입을 꾹 다물었다. 쉽게 저를 내칠 종인은 아니지만, 찬열은 직장을 포기할 수 없었다.


  "더부룩 해."
  "체하셨어요?"
  "…모르겠는데."
  "그럼 일단 그만드세요. 괜히 속 버려요."
  "응."


그럼, 이제 갈까요? 미묘하게 높아진 톤으로 차키를 챙기는 찬열을 종인이 뚱하게 쳐다봤다. 낼 모레 서른이 왜저래… 종인은 찬열을 따라나가며 엄지와 검지 사이의 손바닥 부분을 꾹꾹 눌렀다. 체하기는 싫었다.



@




광고팀원들은 생각보다 촬영을 잘해주고 있는 '일반인' 경수에게 무릎을 꿇고 감사 인사를 하고 싶단 생각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야근 안 해도 될 것 같아…
회의 전날까지 야근하고, 회의날부터 다시 야근하고…… 촬영 감독, 촬영장 겨우 컨택하고 입맞췄더니 비서님 지시로 가수 한 명이 갑자기 투입돼서 멘탈 붕괴 오고…… 그래도 둘이 잘해줘서 촬영은 일찍 마칠 거라 믿어 의심치 않고 있다.


  "팀장님! 사장님하고 비서님 오셨어요!"
  "인사는 내가 대표로 드리고 올 테니까 다들 자리 지키고 있어요."
  "네!"


본인 순서를 근처에서 기다리고 있던 경수는 어딘가로 향하는 팀장이라 불린 사람의 뒷모습을 흘끗 쳐다보았다.
이런 곳에선 아는 사이인 걸 보이면 안되는 거겠지…? 그래도 인사는 해야 할 것 같은데……. 모르는 것 투성이인데 오늘따라 경수에겐 물어볼 사람도 없었다. 매니저 승환은 사장 준면을 따라 경수의 데뷔 쇼케이스 무대 계약을 하러 갔고, 백현은 현재 촬영 중이었다.
경수는 애꿎은 휴대폰 화면만 두드리며 불만을 나타냈다.


  "경수야!"


…백현이는 지금 내 눈 앞, 저기서 촬영 중인데…?


  "우리 경수 오랜만이네! 촬영 해달라고 연락만 넣고 찾아가보지도 못하고. 미안. 대신 오늘 저녁 살게, 형이."
  "……?"


찬열이 경수를 껴안고 등을 두드리며 작고 빠르게 속삭였다. '제 친적 동생이어서 사장님이랑 어느 정도 아는 사이이신 거예요. 아셨죠?' 경수는 떨떠름하게 고개를 끄덕이다 찬열의 뒤에 서있던 종인과 눈이 마주쳤다.
이 상황에선 인사를 뭐라고 해야 하는 거지? 존댓말? 반말? 회사 직원들이 여길 보는 것 같은데… 찬열이 경수를 껴안았던 팔을 풀고 떨어지는 사이에 고민으로 눈을 굴리던 경수에게 불쑥 손 하나가 내밀어졌다.


  "손, 잘 주물러?"
  "손……?"
  "응."


뜬금없음에 경수는 종인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혹시 체기 있어… 요?"
  "…아마."


옆에 같이 있던 찬열이 놀라 큰 눈을 더 크게 떴다. 약 가져다 드릴까요?! 종인은 잠시 고민하다 고개를 끄덕이곤 경수 옆에 앉아 다시 손을 내밀었다. 아무래도 자신의 손은 약손이 아닌지, 아무리 주물러도 낫질 않았다.


  "체한 거면 좀 아플 지도 몰라요."


경수는 종인의 손을 잡아 양손으로 손바닥을 꾹꾹 눌렀다. 으으… 종인의 엷은 앓음 소리가 터져나왔고 경수는 종인을 걱정스럽게 보고는 찬열이 올 때까지 계속 손을 주물러 주었다.


  "사장님, 여기 소화제 있,"
  "찬열이 혀영!"


백현이 두다다 뛰어와 찬열을 뒤에서 퍽 소리가 날 정도로 안아서 찬열에게선 '억!' 소리가 튀어나왔다. 하마터면 차에 하나 남아있던 소화제를 엎지를 뻔 했다.


  "왜 지금 와요! 내가 됴도르한테 얼마나 괴롭힘 당했는데! 흑흑."
  "어이구, 그랬써?"
  "당연하죠!!"
  "야. 뻥 치지 마."


이 모든 광경을 바라보던, 왕년에 덕질 좀 하던 팀장과 그 찰나에 경수와 종인의 맞붙은 손을 본 백현은 동시에 다른 의미로 생각했다.

지금 위험해. 쏘 덴져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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